2024-08-15
단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 평소엔 전화 소리를 진동으로 해놓고 지내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소리를 켜놓고 잠들었다. 인근 신설초중등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다. 공고를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더니 공고를 아직 내기 전이라고 한다. 공고를 내기 전에 미리 사람을 구해 놓고 공고를 내는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매번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나는?
전화를 끊고 급히 신설학교와 관련된 평을 찾아보니 업무가 과중한 편이라는 평가 일색이다. 일을 하긴 해야 하지만 꽤 오래 고등학교만 돌다가 중학교에 가는 것도 신경 쓰이고, 신설학교여서 직원이 적으니 맡는 일도 많을 것이 분명한데 내가 가서 잘 해낼 자신이 없다. 마침 딸이 친구 만나러 멀리 가 있어서 물을 데도 없고, 딸에게 묻는다고 해도 경험 없는 저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한계가 있을 거다.
빨리 답해주기를 바라셔서 혼자 고민한 끝에 이렇게 망설여지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거절해 버렸다. 막상 거절하고 나니 또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쉴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 의뢰 들어온 일을 제 발로 차버리다니.
아직 일이 마무리 되지 않은 이곳에서 해야 할 일도 마음이 무거운데 이제 갓 여는 학교에서 업무가 과중하다고 미리 말을 듣고도 들어가서 할 자신이 없다. 이미 결정해 버렸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몇 달만 쉬고 싶은데 그러면 큰일 날 것처럼 내 속에서 누군가 화를 내는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제 발로 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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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논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생각하고 결정을 잘못 내려서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차버린 적이 더러 있다.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나에게도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은 그러한가? 고작 딸과 의논해서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답은 그 일이 너무 힘들 것 같으면 하지 말라는 조언이 아니었을까.
그 지역에서 오래 계셨던 분께 여쭤봤더니 그 지역에서는 대부분 힘들어서 선호하지 않는 자리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해주셨다. 이미 거절한 뒤에 받은 답변이었지만, 꾸역꾸역 아점을 먹고 불편해서 체할 것 같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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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친구 만나러 멀리 가서 어젯밤에 혼자 있었다. 어쩐지 홀가분하고 좋았다. 아침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생계와 관련한 고민을 하다 보니 문 열면 자고 있는 딸이라도 있어야 혼잣말이 아닌 뭐라도 하지 싶다.
혼자 살고 싶지는 않고, 딸은 제 앞가림하게 되면 때 되면 나와 분리될 것이고..... 나는 이렇게 오래 편하게 살다가 누군가와 뭘 어떻게 맞추고 살 수 있을까. 독거노인으로 사는 쓸쓸한 미래는 그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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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동안 공부한 것을 활용하려면 중학교는 곤란하다. 고등학교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야지.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생각하니 간단하게 정리되는데 뭘 그리 힘들게 별 생각을 다했나 싶다. 실업급여받고 좀 쉬고, 그다음에 뭔가 하게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