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잘 지내느냐고 묻는다.
그냥 잘 지낸다고 답한다.
이런 건 상용화된 인사다.
난 잘 못 지낼 때도 많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날 있었던 일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잊어버린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지고 다니지만.
그래서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게 어렵다. 뭐라고 물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매번 명절에 누군가 인사를 하면 해마다 명절엔 그 전후로 힘든 일이 꽤 있었는데 뻔하게 잘 지낸다고 거짓말 같은 인사를 하는 게 싫었다. 나도 답하기 곤란한 걸 남에게 묻는다니..... 그리고 내 인생이 편하지 않은데 편하게 살지 못하는 내가 남에게 잘 지내느냐고 묻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싶었다.
한때 내 생각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 안부를 물어야 할 사이면 종종 연락하고 만나기도 하니까 굳이 명절을 핑계로 연락해서 안부를 물을 이유가 없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예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므로 특정 부류의 안부만 궁금하고 그들만 안녕하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욕심이 많은지 이 세계가 모두 안녕하길 바란다. 그 바람이 지금은 이뤄질 수 없지만, 언젠가 그럴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 이왕에 다 함께 온전하고, 다 함께 행복하기를. 언젠가.....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상 (0) | 2024.09.15 |
---|---|
안녕~ 단지 (0) | 2024.09.15 |
9. 15 (0) | 2024.09.15 |
수목원 산책 (0) | 2024.09.14 |
스팸 댓글 차단 기능 (0) | 2024.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