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4>

.......

by 자 작 나 무 2024. 9. 30.

 

 



다리를 건너기 전에 씌어있던 문구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다리 위에서 또 울고 말았다. 그냥 걸으러 거기까지 간 거였는데 거긴 자살하러 오는 사람이 더러 있나 보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그대로 말하지 못한 것이 구르고 굴러서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게 변했다.

 

그래,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숨만 쉬자. 다리 위에 멍하니 서서 물이 방류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물은 아무리 기다려도 충분히 차오르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을 느끼게 된 것에 감사해야 할까.....

 

20대에 미친 듯이 술 마시고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를 다음날을 염두에 두고 할 것 같은 짓을 했다.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다양한 알코올을 섞어서 마셨더니 감정이 제멋대로 날뛰고, 내 감정도 아닌 것이 미친 짐승처럼 혓바늘로 쏙 올라왔다.

 

다신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그렇게나 오래 마시지 않던 술을 연이어 마시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니. 맨 정신으로도 버티기 힘든 세상을 술 마시고 계산도 안 되는 머리로 살아보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 낯선 거리에서 버림받은 기분을 알기라도 했는지 ATM은 내게 유일한 출구였던 카드도 삼켜버렸다. 차단당하면 사진이 다르게 뜬다. 그걸 확인한 뒤에야 기계가 카드를 삼킨 것이 서럽고 고통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전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웜홀이 필요하다. 불가능한 일이니 이 고통의 시간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또 술이라도 진탕 마셔야 할까......

 

돌아와서 당장 쓸 생활비도 없으면서 거기까지 쫓아간 내게, '그건 내 것이야....'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한참 낮아진 내 자존감을 긁었다. 진심이 아닐 텐데, 술 취한 내게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내 현실이 너무 서글퍼서 오그라진 자존심을 세우려고 얼마 남지 않은 생활비를 그 카드에 충전했다. 그냥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 기회가 아니면 다신 그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어떻게든 그의 곁에 오래 머물고 싶었던 내 욕심이 너무 컸다.

 

눈을 내리깔고 눈물을 닦아낸 것으로 끝냈어야 했다. 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느냐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내 감정은 형편없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나를 다 열어놓거나 아예 닫거나 확실하게 했어야 했다. 아니, 무엇보다도 감당도 하지 못하는 술을 연이어 마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나를 차단한 그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수없이 반복 상영되는 시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잠들 수 있다면 그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다. 

 

 

*

술을 많이 마시고 20대에도 해보지 못한 핫한 경험을 했다. 덕분에..... 이전까지 시달리던 현실을 잊고(여기까진 좋았다) 지랄 맞은 청춘의 허술하고 조잡한 자유를 만끽하다 못해 음주 운전한 차로 사랑하는 이를 친 것과 같은 사고를 쳤다. 과정과 결과가 썩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휘어서 안타깝지만, 이 모든 경험에 감사하다. 덕분에 아주 다양한 감정을 맛본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1  (0) 2024.10.01
회춘  (0) 2024.09.30
대략 난감  (0) 2024.09.28
기분 전환  (0) 2024.09.23
간식 만들기  (0)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