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놓인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오래전에 뒤로 밀렸다.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감정이 상황에 맞지 않게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가서 그대로 재생되는 고장 난 오디오처럼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이런 강한 집착은 너무도 오래된, 밑도 끝도 없이 생긴 그 감정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어서 제자리에 돌려놓기가 쉽지 않다. 제발 이번에 그가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이 감정도 제풀에 죽겠지.
회춘했나 보다. 20대에나 품었던 유치한 감정놀음에 혼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니......
서툴러서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이 쭈뼛거리는 촌스런 행색을 보니, 이런 건 역시 글로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수없이 봤지만, 흉내도 낼 수 없다. 어차피 이제 다 엎어진 것 같으니 다 토해내자. 20년 전부터 짝사랑하던 이에게 제대로 실수하고 차였다. 우매하기 짝이 없는 내 머리를 싹 갈아엎어버리고 싶다.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다. 네가 10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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