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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대략 난감

by 자 작 나 무 2024. 9. 28.

그 순간 그토록 절망했던 것은, 몇 시간째 내가 보낸 문자를 읽지도 않고 나를 차단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그 자리에서 녹아서 사라지고 싶었다. 그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한낮은 여전히 더웠고, 동행이 카톡을 아무리 보내도 읽지 않고, 카톡을 내가 보내도 뜨지 않게 카톡 손절 사인을 확인한 뒤에 ATM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어떻게든 돈을 찾아야만 했다. 현금출납기가 내 유일한 생명줄 같았던 카드를 삼키고 돈도 카드도 토해내지 않게 되자, 그전에 눌렀던 감정이 일시에 올라왔다.
 
내 상황을 알리는 문자를 확인하지 않아서 통화 역시 연결이 안 될 줄 알면서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받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현금 한푼 없이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가긴 곤란한 이 동네 상황도 문제였고, 어젯밤에 괜히 마신 맥주 탓에 배가 아파서 어디든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쉬어야했다.

그래도 내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방책은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는 방법 뿐이었다. 받지 말아야 할 것을 받고, 잡지 말아야 할 것을 잡아서 혼란한 감정 상태로 내가 받은 타격은 생각보다 컸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서 눈을 뜨고 앞을 똑바로 볼 수도 없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내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 그 상황에 화가 났다. 농담과 진담도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이 밉고 싫었다. 어떻게든 한 오라기도 감정 상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잘 몰라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오히려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카페 마당에 선 키큰 감나무엔 올망졸망 작은 감이 조랑조랑 달렸다. 일교차 때문에 알이 작은 것인지 궁금하다. 저 정도 큰 나무면 감도 꽤 굵은 게 달릴 것 같은데 혹여 카페 마당에 톡 떨어져도 그리 놀라지 않을 만큼 앙증맞은 크기의 귀여운 감이 꽤 열렸다.



휴대폰 충전기를 써야 해서 숙소에 맡겼던 짐을 들고나왔더니 어디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수도 없고, 이미 오늘은 충분히 에너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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