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4>

고향 생각

by 자 작 나 무 2024. 10. 14.

2024-10-14

 

어제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고향에 있는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데 내가 먼저 전화 걸진 못하고 마냥 그리워만 하던 친구가 마침 소식을 전해준다. 둘째 딸이 주말에 와서 통영 바다를 그린, 그림 전시회에 다녀와서 나를 통해 알게 된 어떤 화가를 만나게 돼서 내 생각이 나더란다.

 

늘 그렇듯이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보니, 어떻게든 낯선 곳에서 잘 버티려고 굳게 먹은 마음이 흔들린다. 당장이라도 그곳까지 달려가서 친구네에서 친구가 해주는 밥 한 끼 같이 먹고 오면 온갖 병이 다 나을 것만 같다. 그 집 딸 셋이 각자 삶의 터전으로 떠나고 고향에 남은 친구네 부부가 변함없는 깃발처럼 그 자리에 남아서 늘 우리를 기다려줄 것만 같아서 쓸쓸하던 감정이 금세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보고 싶다. 친구도 그립고, 고향 바다도 그립다. 어떻게 살아냈나 싶은 암담한 시절에 집 앞 놀이터에서 기저귀 차고 겨우 아장아장 걷던 내 딸과 대여섯 살 먹은 그 집 두 딸과 그 친구를 만났다. 정말 우연히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서 20년 넘게 늘 가족처럼 우리 모녀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마음이 한결같아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딸내미 취업 시험 끝나면 꼭 함께 가서 며칠 고향 음식 먹고 친구와 좋은 시간 보내고 오고 싶다. 지나온 시간은 추운 날 따뜻한 방바닥에 펴놓은 이불속에 발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순간처럼, 온몸을 데워준 온기로 기억한다. 늘 **이 엄마로만 불렀던 *희 씨. 내겐 없는 친언니처럼 다정한 친구. 그래도 그곳에서 평생 정을 나눌 귀한 사람을 알게 되어서 고향은 그립고, 또 그리운 곳이 되었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린 날, 고복저수지  (0) 2024.10.15
가을바람  (0) 2024.10.14
  (0) 2024.10.14
힘내!  (0) 2024.10.13
세상을 보는 눈  (0)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