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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가을 탄다

by 자 작 나 무 2024. 10. 27.

2024-10-27

 

눈이 그대로 붙을 것 같은 피곤한 몸을 쉬게 해야 하는데, 달래어지지 않는 감정이 어찌나 위세를 떨며 설치는지 시집과 소설책을 앞에 두고 번갈아가며 읽었지만, 글이 눈밖으로 금세 샌다. 감정의 허기가 달래어지지 않아서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도 밤늦게 먹어본다. 오히려 이물감에 음식을 뱉고 싶어졌다.

 

어떤 미묘한 감정 상태를 표현할 때 참고하려고 평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면 그림처럼 글로 그려댄다. 오늘 느끼는 이런 감정은 깊이도 없고, 오래 지속하지도 않는 얕고 유치한 감정이다. 그런데 어딘가 들러붙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뒤척이게 한다.

 

누군가 대상을 두고 그리워하고픈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삶을 나누고 싶은 욕망은, 결국 외로움에 지친 삶을 등지고 싶다는 뜻이겠다. 이러다 그림자와 나란히 늙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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