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옛날 일기 일부를 어딘가에 저장한 것이 있어서 오늘 일부를 발굴(?)했다. 2003년이면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지난 옛날이다. 10년 세월이 두 번 넘게 지났으니, 옛날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겠지. 그 시절에 나는 참 힘들었구나 싶다.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찹쌀가루를 넣고 고구마를 깍둑 썰어 넣은 빵도 떡도 아닌 것을 만들었다. 설탕을 적게 넣어서 단맛이 살짝 부족해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묘한 맛이다. 오븐 겸용으로 산 전자레인지가 예전에 쓰던 것만 못해서 오븐에 그릇 넣으면 안정감이 부족하다. 그냥 서랍식으로 오븐에 구울 것을 넣는 것으로 알고 샀는데 삼발이 같은 것을 놓고 그 위에 구울 것을 올리는 구조다.
기계 상부의 열을 이용하기 위해 가늘고 긴 다리로 된 철망 위에 꽤 묵직한 빵틀을 얹었더니 돌아가다가 중심을 잃고 한 번 넘어졌다. 어쩐지 또 쓰러질 것 같은 위태위태한 삼발이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어야 할 지경이었다. 옛날 일기장에 씐 내 심사가 가늘고 힘없는 삼발이 같아 보인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그대로 쓰러져서 지하로 꺼져 들어갈 것 같은 위태로움이 그대로 드러난 날 것이다. 추운 날 상처 입은 몸에 걸친 누더기, 얼굴에 깜장 칠까지 묻힌 격이라고나 할까. 2000년대 초반의 내 삶은 어떻게 저런 걸 저렇게 담담하게 기록했을까 싶을 만큼 애달프다.
그래도 참 잘 견뎠구나.....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결 살만한데도 쉽게 감정이 흔들리고 그대로 녹아 사라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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