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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2년 전, 가을 그날

by 자 작 나 무 2024. 10. 27.

2024-10-27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서 내 딸은 혹시 그날 서울에 친구 만나러 나가진 않았는지 확인 문자를 보냈다. 집순이여서 기숙사 방이나 교내에 콕 틀어박혀서 지낸다는 딸이 코로나로 갇혀 지내다가 그날은 뜻밖의 외출을 할 수도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온몸이 울렁거렸다.

 

그 정도로 부모가 자식의 안전을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인데, 그날 황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어떠할지 차마 헤아릴 수도 없다.

 

오늘 밀린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그날 황망하게 자식을 잃은 어떤 부모의 이야기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일없이 딸내미 방에 들어가서 겨울옷 필요한 거 없냐고 묻고 나왔다. 아직 우리가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게 됐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때 우리는 분노한다. 부모가 자녀를 보호해야 하고,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그 대상이 내가 아니어도 분노하게 된다. 국민을 대리하는 권력을 감시해야 마땅할 언론이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사례를 시대를 교차하며 반복된다. 이 분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단순하게 어딘가에 욕하는 댓글 달고, 같이 화 한 번 내는 것으로 끝내면 이런 역사는 반복된다.

 

이런 부조리한 행태의 정점엔 '돈' 밖에 없다는 게 허탈하다. 누구의 주머니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고, 다수의 삶이 뭉개지고, 다수에게 지옥 같은 삶을 견디게 하는 이런 사회 시스템이 징그럽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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