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엄마 없는 애 치고는 밝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의 복잡한 관계로 말미암아 한집에서 밥을 같이 먹고살게 된 아이 셋과 그 부모의 삶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엄마 잃은 아이 윤주원의 아빠 윤정재가 보듬고 아우르는 아이들 셋. 그들의 공통점은 엄마 없이 자라는 거다. 친남매도 아니면서 남매처럼 자라는 아이들의 대화에
"엄마 없는 애 치고는 밝다."라는 말에 문득 멈춰서 생각한다. 엄마 없는 애는 어둡고 슬퍼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말이다. 작가가 그 부분을 걸고 보란 듯이 장면을 만들어서 보여준다.
* 김산하 : 세상에는 서로 독이 되는 가족도 있어. 우리 엄마와 내가 그런 사이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모두 좋을 수는 없다. 남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굳이 그런 관계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끝내 감싸 안으며 자폭하듯 살 필요는 없다.
내편이 되어주는 가족은 참.... 아름답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되어 사는 그들의 울타리가 따뜻해보여서 자꾸 눈물이 맺힌다. 나의 결핍은 이루지 못한 꿈과 같이 반복되어 가슴을 흔든다. 조금만 더 따뜻한 사람이 되자. 내 안의 온기가 밖으로 드러나게 조금만 더 노력하자.
'저렇게 다정하고 보살 같은 아빠도 있구나.....' 드라마니까. 그렇지, 드라마니까.
내 딸은 자랄 때 아빠가 없는줄 아무도 몰랐다. 친구들이 딸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와서는 아빠는 어디 갔냐고 물었을 때 딸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는 원래 아빠 없어."
딸 친구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아빠 없는 애 치고는 밝다."라는 말을 주고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종종 사람들이 나에게도 '고생 그렇게 많이 한 사람 치고는 밝다'라고 말한다. 그럼 지나간 감기를 아직도 앓고 있는 것처럼 인상을 써야 할까? 지난주에는 아팠다고 매번 고백해야 할까?
내 감정은 여기에 그려놓는 순간 외엔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인과 관계를 찾아야할 때가 있을지 몰라서 기록하기도 한다.
*
아깐 망쳤다고 생각한 고구마 케이크가 식으니까 꽤 먹을만 하다. 거실에 나갈 때마다 주방에 들러서 한 조각씩 먹고 거울을 보니 얼굴이 더 방실방실 해지는 것 같다. 걱정할 거리가 많을 텐데, 내 머리는 오로지 딸의 취업 시험이 끝나면 딸내미 데리고 따뜻한 나라로 여행 가는 상상에 미리 즐겁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워낙 많아서 어디로든 함께 떠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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