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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오늘 무슨 날인가요?

by 자 작 나 무 2024. 11. 18.

 

2024-11-18

낮에 갑자기 무슨 커피세트 선물 쿠폰이 날아든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누군지 알듯 말듯한 이름이다. 온라인 카페에서 알게 된 분은 카페 닉네임으로 저장하고 그렇게 계속 부르다 보니 본명을 보면 누군지 금세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올봄에 알뜰폰으로 바꾸면서 e-sim을 사용한 뒤부터 저장한 전화번호가 대량 삭제됐다. 도대체 무엇이 남았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떤 번호가 삭제됐는지도 모를 만큼 너무 많은 번호가 내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싹 사라졌다. 그중에 온라인 카페를 매개로 오래 알고 지낸 이 언니 번호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종종 서울 나들이 갈 때마다 밖에서 숙소 잡지 말고 집에 와서 자라고 방 한 칸 내 맘대로 써도 된다고 대놓고 내준 언니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쉽지 않은 일을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 준 분이어서 내가 그만큼 해드리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 그래도 그런 걸 계산하고 따지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좋은 사람이다.

 

갑자기 커피 쿠폰을 보내셔서 오늘 무슨 날이냐고 여쭸더니, 아무 이유없이도 가까이 있으면 추운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사주고픈 날이라고 하셨다. 그냥 기분이 막 좋아졌다. 고맙고 행복하다. 아무나 나에게 뭘 준다고 그걸 넙죽 받고 기분 좋아지진 않는다.

 

주는 것이 마음이거나 물건이거나 받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다. 

 

낮에 커피 쿠폰을 뜬금없이 받아서 해피데이로 변했고, 오후 늦게 미리 말하지 않고 전 직장 동료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서 저녁을 얻어먹고 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도 환대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조금 떨어져 있을 뿐,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내 주변 사람이라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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