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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5>

더덕구이

by 자 작 나 무 2025. 1. 26.

2025-01-26

아무도 나를 찾는 이 없고, 나 또한 아무도 찾지 않는다. 생강한과 한 봉지를 다 먹어치우고 책상 맡에 놓인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타이핑을 하는데 이 모습을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는 것 같은 초현실적인 상태에서 꿈꾸듯 현실을 바라본다.

 

살이 많이 쪄서 얼굴이 상당히 달라져서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하다.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래도 어디 아프지 않은 게 어딘가 생각하고 겨우내 살찐 것은 잘 먹고 아프지 않으니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아보기로 한다.

 

아점 메뉴는 더덕구이로 정했다. 며칠 전에 사놓은 깐 더덕이 며칠 지나면 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 반만 덜어서 요리했다. 소금물에 잠시 담갔다가 두들겨서 간장과 참기름을 섞은 기름장을 발라서 구웠다.

 

보아하니 딸은 한 며칠 열심히 밖에 놀러다니더니 어디선가 독감이나 코로나 혹은 감기가 옮아온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하던 더덕구이를 맛있게 먹긴 하는데 어쩐지 에너지가 부족한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밥 먹고 나서는 생전 먹지 않던 감기약을 챙겨서 먹는다.

 

밥통이 작아서 두 번에 걸쳐서 삭힌 밥을 끓여서 식혜를 한 통 만들었다.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삭힌 밥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덜 달다고 할까 봐 설탕도 듬뿍 넣어서 딸 입맛에도 얼추 맞는 모양이다. 티백으로 된 엄청 친절한 제품을 사서 만들었더니 손 가는 일 거의 없이 시간만 들이면 되는 간단한 음식으로 느껴진다.

 

엿기름 사서 물에 담갔다가 주물주물해서 뿌연 물 빼서 가라앉히는 절차를 다 생략하고 해 놓은 밥을 밥통에 넣고 적정량의 물과 엿기름 티백을 몇 개 넣어서 보온만 눌러놓으면 된다. 여섯 시간 뒤에 밥알이 떠오르면 냄비에 옮겨서 끓이면 식혜 완성. 세상 편하게 식혜를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엿기름을 사서 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엔 큰 밥통 구해서 엿기름 사다가 옛날 방식대로 만들어보고 싶다.

 

 

*

설엔 으레 떡국을 끓여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내 딸은 떡국을 특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떡국 끓인다고 하면 그리 반기지도 않거니와 몇 숟갈 먹지도 않으니 굳이 설날에 맞춰서 떡국을 먹지는 않는다. 그것만 먹고 배부르고 살찌는 느낌이 싫다나 뭐라나.... 멸치육수를 진하게 내서 멸치국수처럼 떡국을 끓이면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한몇 년 동안은 딸이 명절에나 기숙사에서 나와서 집에 며칠 붙어있으니까 그 사이에 어떻게든 재밌게 해 주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그런 핑곗거리가 사라져서 설맞이 여행을 가자는 게 앞으로 먹힐지 모르겠다. 이번엔 미리 열심히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몸살 난 것 같은 딸 뒤치다꺼리나 해주고 나는 집에서 최대한 빈둥거리며 잘 놀아봐야겠다~

 

 

*

소파 옆에 놔둔 꽤 큰 상자 안에 든 오래된 수첩을 다 정리하는게 어쩌면 이번 연휴에 할 수 있는 일거리가 되겠다. 그런데 그걸 들추기엔 너무 많은 시간 여행을 해야할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진다.

 

운동하러 가지 않고 1월 한 달을 그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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