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4
한 닷새 커피를 마시지 않다가 오늘 낮에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 까닭인지, 피곤한 시각에 잠드는 것을 놓쳐서인지 여태 잠들지 못했다.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어스름해지는 의식 속에 갑자기 선명해지는 감정 하나 날이 선다. 한바탕 서럽게 소리 내어 엉엉 운다. 아, 돌아갈 곳이 없네.
사는데 지쳤노라고 앙탈 부리며 안아달라고 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이유 없이 투정도 부리고 생떼도 부리고 실컷 틱틱거린 다음에도 거짓말처럼 자고 나면 풀리던 내 가족도 없어, 돌아갈 곳이 없네.
원천적인 설움 그대로 토해놓고 그냥 살아도 좋을,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이가 없는 세상에 이제 다시 돌아올 필요 없다고 필시 이 삶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연 없음이 그 징표이며, 내가 한때 열렬히 바라던 것이 이런 삶이었다는 것도 사실이지.
진정 나고 죽음이 없는 그 이치를 알고 난 뒤부터 이렇게 반복하는 삶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미련은 접으라고 낱낱이 밝힌 결과다.
되돌아가고 싶은 지점이 없다. 혹시 있을까 싶어 한참 두리번거렸어.
자식은 돌아가서 안길 곳이 아니라, 뒤에 남겨두고 가는 점이다.
*
오랜만에 소리 내서 운다.
삶이 서러워서 울어본다.
멀리 반짝이는 별빛도 옛날 옛적에 반짝인거잖아.
스치는 바람 뿐이야.
'흐르는 섬 <2025> >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숨 돌린 잡담 (0) | 2025.02.07 |
---|---|
2. 6 (0) | 2025.02.06 |
모서리 (0) | 2025.02.03 |
오늘 소개서 세 건 (0) | 2025.02.03 |
미끄러지는 2월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