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6
어제 아침 일찍 나가서 사뭇 먼 곳에서 면접을 봤다. 꽤 오래된 사립학교였는데 건물이 너무 낡아서 그대로 유지가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보기만 해도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부근에 방을 얻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고, 집까지 주말에 갔다가 돌아오는 것까지 운전을 왕복으로 5시간씩 하는 건 현실적인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에 갔다 오면서 단념했다.
그만큼 그 전날엔 절실했다. 거기라도 가서 일해서 돈은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정도껏인지 그 정도는 내가 통영에 살더라도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1년짜리 일이 내 차지가 되기엔 이 지역엔 자리가 적고, 잘 알지 못하는 바 길을 뚫기가 쉽지 않겠다. 경남에 살 때도 매번 쉽지 않았던 것이 이곳에 와서 쉽게 내 자리가 생기겠는가. 이렇게 진작에 생각하고 6개월짜리여도 확실한 곳에 원서를 썼어야 했다.
작년에 일하던 곳에 같은 기간에 일자리가 생겼을 때 내가 원서를 쓰지 않고 1년짜리 위주로만 원서를 넣었더니 뜻대로 되지 않았고, 보장되었던 그 자리도 내가 손 내밀지 않아서 내 몫이 되지 않았다. 그게 지금에 와서 후회될 정도로 현실이 팍팍하다.
올해 정도는 딸이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나는 좀 편한 마음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덜 답답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전제되었던 내 상상이 너무 낭만적이고 낙천적이었던 까닭에 막상 조금만 일이 틀어져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임용 떨어지고 나도 일자리 구하지 못하면 남은 거 긁어서 무빙 카메라 하나 사서 여행 유튜브에 도전해 본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나눈 적 있다. 나는 그냥 하는 말이어도 진심이었는데 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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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일어나는 숱한 나쁜 일에 비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나쁜 일은 아니므로 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수고로움만 견디면 된다. 다만, 다음이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 사이에 버틸 생활비만 확보하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해볼만큼 다 해보고 안 되었을 때나 해당되는 일이다. 아직 뭔가 진행 중인데 이 지역은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나에 비해 많이 낮아서 나처럼 나이 많은 경험자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작년에 이 동네에서 쉽게 채용된 것은 운이 좋았던 거였다. 올해는 내 앞으로 떨어진 자리도 마다하고 더 큰 욕심을 내다가 기회를 다 놓쳤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데, 그랬어야 했다는 후회에 후회가 겹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단 하는 데까진 해야지 싶지만, 어제 너무 여건이 좋지 못한 곳에 가서 면접을 한 번 보고 나니까 앞에 당장 놓인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큰 위험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애매한 시간만큼 계약하는 일자리만 남았다. 그조차도 나이 때문에 밀릴 여지가 있으니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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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거제에 첫 발령받고 거기서 생활하는 딸 친구가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교통편이 애매해서 대전까지 데리러 가기로 했다. 반가운 딸 친구인데 우리 집 상황이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뭔가 즐겁게 해 줄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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