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4
지난해, 나는 종종 고향의 바다를 떠올리곤 했다. 작은 섬들이 조용히 둘러싸고 있는 호수 같은 바다. 그곳을 향해 떠나고 싶었지만, 왕복에 걸리는 긴 시간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그리움만을 삼키는 일이 반복되었다.
일상은 피로를 남기고, 익숙한 풍경과 냄새에서 오는 안도감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몇 번 찾아가긴 했지만, 먼 길을 떠나는 일은 늘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쩌면, 그런 갈망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결국 돌아와야 할 곳은 여기에 있다. 이제 여기가 내 집이고, 고향은 그저 ‘떠나온 곳’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어쩌면, 삶은 본래 여행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어디에서의 삶이 더 ‘여행’에 가까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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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돌리고 난 뒤에 그간 긴장해서 제대로 먹지 못한 음식을 며칠 연이어 폭식했다. 급히 꾸린 이삿짐엔 이불뿐이어서 가져갈 게 많다. 혼자 남쪽으로 떠나는 게 마음 편하진 않다. 2월 내내 취업과 관련된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 지쳤다. 머리에 스위치가 어느 부분에 있다면 그걸 꺼야만 살아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