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 님이 '대체 누구지.....'라고 남긴 댓글 밑에 결국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들통 내고 말았지만 난 그 블로그에만 가면 괜히 가슴이 뛴다.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면서도 그 사람이 만든 포스트를 보면서 이질감도 느끼지만, 괜히 설렌다.
때론 가슴에 잔잔한 물결처럼 미묘한 전율도 느낀다. 그 블로그는 다른 별에서 온 왕자님이랑 솜사탕 먹으며 동화 나라에서 노는 것 같은 기분으로 쓱 들여다보고 오곤 한다.
현실적인 생각들을 굳이 동원해서 사람을 분석하고 판단할 필요까지 느끼진 못하기 때문에 한 곳이라도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는 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되도록 이런 환상을 깨지 않고 오래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실제로 그 블로그 주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하는 것 자체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설레는 느낌을 주는 그 블로그가 좋을 뿐이다. 그건 그 블로그의 포스트 내용이 대단해서라기보단 그 사람이 남긴 글에서 막연히 느끼게 되는 내 상상력이 동원되어 나를 흥분시키는 것이다.
이런 내게 누군가 머리 한 대 딱 치며
"꿈 깨~!"
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마도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며 울 것 같다. 그렇게 친절하게 조언해주지 않아도 나는 결국 그 꿈에서 깨어날 것이지만 아직은 깨고 싶지 않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나를 지치게 할 것 같아 그리워하던 사람도 가슴에서 덜어내고, 새로이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이들에게서도 마음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채 바라보려 한다. 짝사랑만 하더라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보단 덜 심심하니깐...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 블로그를 몇 개 더 찾아내려고 요즘 열심히 블로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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