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헉 황당한 거.... 이 꼬맹이들 내 과자에 눈독 들이고 있잖아~
화실 문을 열어놓고 한 시간 남짓 심심할까 봐 블로깅 하면서 커피랑 먹으려고 산 비스킷을 이 화실의 깜찍이 자매 민주와 민영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나도 야금야금 먹고 있는데, 이 꼬맹이 둘이 내가 있는 자리에 교대로 두 번, 세 번씩 와서 말을 시키고 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몰랐지만 두 번째 올 때 책상 위에 올려진 내 비스킷 봉지를 힘주어 쳐다보는 것을 보고 눈치챘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따고 능청스레 하는 말에만 대답하고 커피만 마셨더니, 녀석들 세 번째 와서는
"이 과자 어디서 사셨어요?"
그리고 구구절절 과자 타령인데 이미 낮달 언니에게 그 녀석들의 깜찍하고 다소 엽기적인 습성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더 시치미를 떼고 과자가 남지 않은 것처럼 해야만 했다. 사실 요즘 과자는 한 갑에 얼마 들지도 않다. 몇 개 꺼내서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난다. 혼자 먹기엔 딱 알맞은 분량이었다.
이번엔 쪼르르 냉장고가 있는 휴게실 쪽으로 가더니 꼬맹이 둘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끔 거기 있는 음료들을 말없이 먹어 치우는 앙큼한 녀석들이 고 녀석들이란 걸 몰랐다면 거기서 물만 마시려니 생각했겠지만, 맹랑한 것들이 원장 선생님 간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오랜만에 입에 맞는 맛 난 과자를 또 그 녀석들 손에 쥐여주고 말았다. 끝까지 하나만 주고 안 뺏기려고 했는데 더 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눈빛에 질려서 그만~~ 두 번째 과자가 건네진 후 4B연필을 깎아주는 사이 내 과자 봉지가 정말 비었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녀석들은 다시는 원장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런 깜찍한 것들~
*********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보느냐는 시늉을 했더니
"선생님, 얼굴이 왜 그래요? 탔어요?"
"아..... 아니, 내 얼굴이 왜?"
그제야 생각해보니 오늘 목욕탕 갔다가 바로 오느라고 화장을 하지 않고 민얼굴로 나왔다. 가끔 이러고 다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녀석들 눈빛이 꼭 못 볼 것 봤다는 것처럼 이상한 것이 아닌가. 투덜~투덜~
"화장 안 해서 그렇지 뭐..."
그래놓고 아니꼬워서 가방 안에 든 화장품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녀석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않았어도 오늘 저녁에 화장 지우는 수고를 덜 수 있었는데, 귀찮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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