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겉 발린 생각이나 감정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생각은 때때로 변하고 감정은 바람만 같다. 기어코 이 길고 긴 전투에서 후회를 덜 남기는 선택을 하고 당당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또 해보아도 힘이 빠진다.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데 모자란 것은 무엇일까? 고집스럽게 거부하며 자신을 주춤거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지만 내가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거의 변하지 않은 비슷한 모습으로 시계만 보고 있다.
대안과 실천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지겨워 칼날 같은 사람들의 글조차 읽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이제는 잊어버린 것 같다. 나는 무얼 찾고 있는 것일까.... 오늘 처음으로 암 검사라는 걸 받았다. 여성에게 흔하게 가장 잘 걸린다는 암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나도 모르게 떨렸다.
죽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더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토록 떨렸나 보다. 혼자 남겨질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될까 하는 걱정에 더 두려웠다. 며칠 후에 나올 결과는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 이상하게 이렇게 시름시름 오래 앓고 있으면서도 설마 내 인생에 '암'이란 것이 찾아올까 하는 억지 자신감을 내세우고 남은 걱정은 접기로 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쁘면 그때 걱정할 일이다. 검사를 받은 이유는 왜 이렇게 오래 아픈지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함이었고, 죽음도 갑자기 맞이하는 것보다 알고 죽는 게 차라리 나을까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내가 죽을 만큼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농후하니 점검을 한 번쯤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나의 크고 작은 욕심들은 나를 굳이 이생에 붙들어 맬 만큼 강한 것은 못되어서 그저 놓아야 할 때가 되면 이끈은 당연히 놓아야 하리라 생각하니 굳이 아등바등할 이유도 생각도 없지만, 적당한 핑계가 있다. 내가 건강하게 더 살아 있어야 할 유일한 이유.
내 딸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 자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늘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발견한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그런 이유라도 한 가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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