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외식하는 일이 잦다. 때로는 일상이 고루하거나 피곤하여 식사 준비를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단 둘뿐인 우리 집 밥상을 먹을만하게 차리려면 시장 보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차라리 외식하는 게 나을 때도 많다. 하지만 자주 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불안해진다. 집에서 내 손으로 정리해놓은 주방에서 밥을 해서 먹어야만 뭔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집안 정리에도 소홀해지고 집안이 어수선하면 요리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또다시 밖에서 뭔가 간단히 사 먹고 때우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며칠 사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안정감의 결여. 바로 그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내 손으로 뭔가 먹을 만한 것을 만들어놓았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너무 밖으로 나갈 일들만 생겨서 집이 정리가 안 되니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오늘 비 올까 봐 도배하기로 한 것을 취소한 게 후회가 되지만 몸 상태가 지난주보다 좋지 못해서 쉬는게 낫겠다.
며칠 몸이 추슬러 지고 자잘한 살림살이들이 정리되면 저쪽 방 곰팡이에 절은 도배지를 벗겨내고 말쑥한 도배지로 새 단장을 해야겠다. 일손이라곤 나뿐이니 움직이기 힘든 가구들이며 무거운 물건들을 한쪽으로 치워야 할 것이 그야말로 걱정이다.
동네에 흔하게 아는 총각이나 아저씨 하나도 없는 불쌍한 아짐. 도대체 이번엔 어떻게 이걸 다 할까? 이럴 때 빌려올 남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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