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와 나는 돌솥밥 하나씩을 각각 먹었는데 선재님과 친구분은 한 그릇으로 두 분이서 나눠드셨다. 나랑 지영이는 그럼 돼지?
진주 유등 축제에 갔었다. 선재님은 나이에 비해 너무 동안이신데다 어쩐지 귀여워보이기까지 했다. 저녁을 먹고 축제의 장인 남강변을 둘러보다 행사 무대에서 벌이는 인디언의 춤과 음악에 매료되어 발디딜 틈 없는 행사장을 비집고 비탈진 노천 계단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쌈바, 람바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인디언의 춤, 등 남미의 열정적인 춤들을 즐겼다.
변검 공연도 인상적이었고 그 순간 늦은 밤까지 밖에 돌아다니며 아이랑 그러고 있어도 참견할 사람도 잔소리 할 사람도 없는 자유의 몸이란 것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는지 그 순간 내 처지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만 아주 커다랗게 확대시켜 생각하며 그 기쁨을 더 크게 누렸다.
누군가의 며느리였다면 다음날 차례상 차릴 준비하느라 지쳐서 그 시간에 그곳을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매혹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다. 육감적이고 건강해보이는 몸매로 온몸을 불꽃처럼 태우는 춤을 추는 무희들의 에너지가 어둠 속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나도 더 건강해지고 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픈 욕망이 함께 솟구쳤다.
음악과 춤...... 유등 축제에서 보게 되리라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어서였는지 더 감동적이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주차를 해놓은 곳에 도착했고, 먼 길을 운전해오신 선재님과 친구분은 통영까지 오시진 못하고 진주에서 묵을 곳을 정하시기로 했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느라 한밤에 짜릿한 질주를 했다. 터널 안을 달릴 때의 속도감이 몸으로 빨려드는 듯한 착각에 나는 어쩐지 상쾌하고 짜릿했다. 지금 너무 피곤해서 옮겨놓지 못한 오늘 저녁의 즐겁고 상큼했던 기분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너무 지쳐 있을 시간이라 편안히 아이랑 둘이 쉬라고 진주에서 묵으신다는 선재님과 내일 욕지도에 동행하기로 했다. 가을의 욕지도는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된다. 솔로 만세다!!!
강위에 뜬 등은 성능이 썩 좋지 못한 내 카메라로는 제대로 찍기 어려울 듯 하여 포기했다. 게다가 손까지 떨려서 후레쉬를 쓰지 않고는 제대로 사진이 찍히지도 않았고, 후레쉬를 터뜨리면 렌즈가 깨끗하지 못해 더 사진 상태가 좋지 못했다.
|
'국내 여행 > 길 위에서<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떠난 남해 여행<2006/02> (0) | 2009.11.12 |
---|---|
통영기행-추석 <2006/10> (0) | 2006.10.12 |
고성 엑스포 연꽃공원 <2006/09> (0) | 2006.09.03 |
청학동 삼성궁가는 길에...<2006/05> (0) | 2006.05.21 |
남해 물건숲을 스치듯 다녀오며<2006/05> (0) | 2006.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