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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6>

4월 15일

by 자 작 나 무 2006. 4. 15.

일주일간 누적된 피로가 주말만 기다려왔는데, 이번 주도 역시 다음 주에 시험 치는 학생의 일정 때문에 마음대로 쉴 수가 없게 되었다. 어제 고성에서 시작된 국제 공룡엑스포에 오늘쯤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구경을 충분히 하려면 움직이는 동선이 서너 시간은 족히 넘는다 하니 아마도 주말에 가면 4-5시간은 넉넉하게 잡아야 놀면서 즐기고 구경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오전 수업 마치고 학생들이 오면 시험 공부 한다는 핑계로 밤 시간까지 함께 있어야 할 텐데, 그보다는 어제 엉뚱하게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날까지 공부하고 가면 안 되겠냐는 말이 어쩐지 걸린다. 우리 집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촌인 두 녀석이 함께 자면서 재잘거리고 일요일 오전에 부모님의 성화 없이 실컷 늦잠도 자보고 싶어서 한 말일 것이다. 그래도 오늘 끝내 여기서 자겠다고 우기면 어떻게 달래서 보낼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싫지 않은 것은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내가 그들에게 쏟는 정성이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저들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지 아이들은 대체로 그런 보이지 않는 감정에 민감하고 정직하다. 나도 그들이 오면 집안에 활기가 돌아서 좋다. 지영이와 둘이 단촐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자주 농담을 하며 나를 웃겨주는 그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다.

 

그네들 덕분에 아이랑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인간적인 친밀함을 느끼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보수에 비해 넘치는 일을 하면서도 큰 불만 없이 위안이 된다. 늘어져서 한숨 자고 싶지만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과가 더 일찍 시작되고 늦게 끝날 예정이니 따뜻한 물의 위로나 받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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