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에 초대받은 점심을 잘 먹고도 어쩐지 허기지는 마음.... 일요일에 나와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도 그랬는지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다길래 함께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엘 갔다.
아이들은 피자 한 판을 시켜서 나눠먹고 나 혼자 더 맛있는 거 먹었다. 어제 목욕탕가서 쓰러질 뻔하고선 내가 음식 먹는 것에 문제가 있어서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에.... 늘 내가 먹는 것 챙기는 것엔 다소 무성의하고 부실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현태의 깜찍한 표정 한 컷
실은 더 뒤에 보이는 아저씨들이 자리에 앉아 계속 담배를 피워댄 것 때문에 화가 나서 웨이터를 불러 공기가 탁하다는 이야기를 두 번 했다. 그러던 중에 입바른 소리 곧잘 하는 내 성미에 결국 한마디 대놓고 하고 말았다. 아저씨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다 애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끄고 우리가 먹을 음식이 나올 즈음 음식점을 나갔다.(천만다행...)
지는 햇살이 강했다. 얼굴에 정면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가리기 위해 블라인드를 내리는 것이 꼭 태양을 향해 항해하는 범선을 타고 가다 돛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자는 후식이 나오지 않는데 말 잘해서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까지 맛있게 먹었다.
마침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모녀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에 고운 빛을 뿌려주었다. 요즘은 마음에 지는 허기를 저 아이들과 어우러져 보내는 시간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으로 떼우고 있다.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지영이 마저 잠들고 나면 어김없이 다시 그 허기가 빈 방안을 맴돌곤 하지만 또 아침이 오리라는 생각에 사진 속에 여운으로 남은 햇살을 4월의 한 밤에 풀어놓고 나를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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