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걱정 없이 나약하다 할 만큼 감정과 감상에 빠질 수 있는 때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0대의 견고한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한 포환은 사랑이란 것뿐이었을 테다. 사랑을 잃는 아픔만큼 내 몸과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만한 것이 또 있었을까.
이제 그때와는 다른 나이가 되었으니 내가 그만큼 흔들릴 만한 요소가 사랑은 아니겠지만, 가끔 속절없이 감정에 나부끼는 마음을 얌전하게 접지 못하고 속치마 바람에 한밤 산책을 하는 이상한 여자처럼 보이더라도 내 마음이 갈팡질팡 감정의 밭을 온통 헤매고 다니는 것이 싫지는 않다.
가끔 하루 정도는 내 마음이 그렇게 맘껏 하고픈대로 하도록 두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조차도 절제라는 벽 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이라 혼자 생각만 수없이 하다 조용히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으로 끝맺겠지만 정말 순수한 감정만으로 포근한 느낌에 빠져들 수 있다면 꿈꾸듯 조용히 나의 사치스러운 방황을 지켜보고 싶다.
그리 멀리 가지도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30대가 되고 보니 한없이 흘러가고 싶어 하던 감정을 다시 붙들어 매느라 애쓴 날의 흔적이 오늘은 애처롭다. 아무나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아무나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아니어도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그곳에 가로등이 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사라져버린 별빛처럼 짝사랑 블로그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스쳐만 가도 가슴이 콩닥거리던 블로그도 시들해지면 또 무슨 재미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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