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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6>

낮잠

by 자 작 나 무 2006. 4. 12.

한숨 자고 깨어나 보니 하늘이 말갛다.

주섬주섬 치워놓고 오늘은 바닷가에 나 갔다 와야겠다.

바다가 보고 싶다. 혼자 멍하니 바라보고 앉았던 바다는 요즘 어떤 빛을 띠고 있을까.

다리를 건너며 버스 안에서 내려다보이던 바다는 항상 고정된 판박이 그림만 같았다.

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오늘 낮잠 한 숨에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어젯밤 내가 '그'로 오해했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제가 찾던 그 분은 정말 돌아가셨나 봅니다. 그동안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요... 살아 있어요... 지금 없는 것뿐이죠..'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지금 없는거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그 대답에 나는 그만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이름과 나이가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다고 착각한 그분은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키가 훌쩍 큰 사람이었는데, 내가 사진을 보고 착각한 사람은 키가 그보단 작은 사람이었다. 사진만 대충 보고 알 수가 없었다고 얼버무리며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리웠던 것이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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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2006/04/11 00:32  

오해였다. 그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부터 그가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까지도..... 그 짧은 만남의 기억이 인생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만날 인연은 더욱 신중하게 잘 생각하고 만나야 할 것 같다. 그 오해 덕분에 한동안 행복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하고 싶은 말을 매일같이 쏟아놓을 수 있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인연이여...... 이젠 내 마음속에서조차 편안히 쉬세요. 기다림의 명목으로 만들었던 블로그들을 일제히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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