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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4>

바람부는 대로

by 자 작 나 무 2004. 2. 13.

뭔가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기분이다. 지금 하루하루 선명한 자의식의 반영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상처받고 스스로 그 상처를 덧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나를 몹시 혼란스럽게 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생활에 주는 영향이 너무 커서 그 반감으로 온라인에서조차 입을 다물고 쪽지 수신 거부를 해놓고 사는 내가 한심하고 비겁하단 생각이 들어서 꽤 오랜만에 수신 거부를 풀었다. 쪽지가 몇몇 날아온다.

 

알고 지내던 분들이 나를 걱정하여 보내는 안부 메시지다. 참 고마운 분들이라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이전 만큼 그 말들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가볍게 흘려버리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진다.

 

몸은 끊임없이 미묘한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시 잠시 괜찮았다가 다시 앓기를 반복하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패배감과 회의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할수록 나는 더 피폐해지고 황량해질 것이다. 2년 전 가을에 듣던 노래들을 꺼내 듣다 아직도 가슴에 섬뜩하게 느껴지는 통증과 아릿한 느낌들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거나 잊히지 않는 것일까.....

 

괴롭다.......

 

**

 

피곤해서 하루 청소 안 했더니 집은 폭격 맞은 곳 같고, 머리는 멍한데 복잡하고 가슴은 답답하고 몸은 찌뿌둥하고..... 한 달째 사소한 증상이 완화되는 기척도 없는데 큰 병 날까 봐 끊임없이 가기 싫은 병원에 부지런히 가서 치료받고 주사 맞고 엄청나게 많은 약을 그렇게도 먹어댔건만 왜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지..... 그래도 언젠가는 달라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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