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를 오래 했더니 손가락이 굳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더니 블로그 열어 글을 몇 줄 읽고 있으니 눈도 침침하다. 몇 번씩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몸이 많이 상했다. 무엇보다 글을 쓰던 습성마저도 감각이 둔해져서 맘 같지 않고 읽는 것도 그렇다. 자주 이용하던 게임사이트가 오늘은 정기 점검이라 게임을 못 하니 일찍 출근해야겠다.
일이 부쩍 줄어서 두 시간이면 모든 게 끝나지만, 그것조차도 몸이 부실하니 피곤하다. 그래도 그조차 하지 않으면 놀고먹는 인간의 표상이 될 것 같으니 그래도 나가봐야지..... 화장을 오랫동안 하지 않다가 했더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하고 이상하게 뵌다. 다시 이 모습에 적응해야 하는데 립스틱 바른 것을 지우고 싶다. 짙은 색도 아닌데 쥐 잡아 먹은 것 같이 뵌다.
다른 색으로 덧발라봐도 마찬가지다. 머리 자르고 나선 화장도 잘 않고 거울도 잘 안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꼴이 참 우습고 이상하다. 화장하고 씩 웃으니 징그럽기까지 하다. 속은 엄청나게 상했는데 웃으니깐 약간 여우 같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내 모습에서 그런 기질이 발견될 때 가증스럽고 우습고 귀엽다. ㅋㅋㅋ
조만간에 아프던 게 다 낫고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살도 좀 빼고 다음 달엔 봄옷에 날렵한 맵시가 날 수 있도록 신경을 좀 써야겠다. 지난겨울 경매로 싸게 산 치마 정장이 살이 쪄서 들어가지 않아서 한 번도 못 입었다. 봄에 입으려고 산 것이니 봄이 올 때까지 맘대로 불어난 살을 어찌해야 할 터이다.
하도 앉아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면서 애 간식으로 사다 놓은 과자며 빵... 라면.. 밥 온갖 것들을 닥치는 대로 폭식한 결과 맞는 바지가 하나뿐이라 그동안 일 나갈 때마다 그걸 밤에 빨아서 말려서 아침에 입고 나가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내가 잘못해서 꼬인 게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심각하게 꼬인 내 인생의 남은 비전을 다시 그리고 그에 맞춰 하나씩 준비하는 태세로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스스로 과제를 만들어본다. 서른 살 이후의 비전을 그리지 않고 맘대로 산 결과라고 생각하고 좀 더 치밀하고 치열하게 살아갈 마음의 자세를 다져야겠다. 앗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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