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숲과 함께 보낸 시간들
숲 주변에 그득 심어둔 연꽃들은 이미 지고 연밥에 씨가 어느새 익어가고 있었다.
갖가지 수련들이 핀 못이 예년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수련은 잎이 너무나 독특해서 시선을 끌었다. 저 위에 폴짝 올라타면 물 위에 그대로 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커다란 연잎으로 부채질을 하며 논다. 동생이 빠질까 봐 뒤에서 친절하게 잡아주는 내 딸. 어린이집 다닐 때 알게 된 동생인데, 같은 학교에 다니며 자주 어울려 놀고 여전히 친하게 잘 지낸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수생식물들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이 보인다. 올해는 제대로 산행을 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저만치 보이는 산자락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역시 지리산~!
징검다리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고 있다. 나도 같이 뛰고 싶었지만 가만히 구경하며 셔터를 눌러주는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날 낮엔 유난히 더웠는데, 얼마나 신났는지 강아지 마냥 혀를 쏙 내밀고 열심히 뛴다.
한낮은 지나서 왔어도 볕이 따가워서 이곳에 앉아 잠시 볕을 피하며 목을 축였다.
수련과 수생식물들을 구경하고 지압보도를 한 바퀴 돌았다.
곁을 흐르는 저 맑은 물에 발을 헹굴 수 있다.
마침 석산이 절정이다. 해마다 이 즈음에 맞춰와서 꼭 석산이 그득 핀 상림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단번에 때를 맞춰 와서 구경을 잘했다.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저 꽃은, 꽃이 지고 나야 잎이 나고, 잎이 지고 나야 꽃이 피니,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어긋나는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서글픈 이야기를 지닌 꽃이어서인지 여념 집 마당에는 잘 심지 않는다고 한다.
꽃도 꽃이지만 난 이 오래된 숲의 키 큰 나무들이 너무 좋다. 큰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저 사이 흙길을 걷다 보면 몸에 쌓인 피로가 절로 씻겨나가는 듯하다.
하도 예뻐서 찍고 또 찍는다. 며칠 지나면 다 지고 또 한 해를 꼬박 기다려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잔잔히 흐르는 물이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내려가서 발을 담그고 싶었다. 들어가지 말란 뜻으로 쳐놓은 철책을 넘어가진 못하고 마음과 시선만 한없이 저 물결에 발을 담근다.
상림 산책길 끝에 있는 물레방앗간.
산책을 마치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네도 탔다.
그 정도로는 몸 움직임이 부족했는지 땀 뻘뻘 흘리며 배드민턴도 쳤다.
거기서 끝났으면 다행이지. 숲에서 충전이 제대로 되었는지 운동기구도 다 올라타서 한참을 논다. 놀토가 아니어서 학교 마치고 왔으니 조금만 움직이면 지칠 줄 알았는데 아이들 체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나 역시 숲에서 놀면 다른 곳에서 노는 것보단 훨씬 오래 잘 논다.
유연성을 자랑하는 지영이
실컷 놀고 저녁은 먹고 나서야겠어서 상림 근처 식당에서 오곡밥 정식을 시켰다. 밥이 나오기 전에 수육이 함께 나왔는데 마지막 한 점까지 치열하게 젓가락질을 했다. 신나게 뛰어놀고 나니 무엇인들 맛있지 않으랴만 정말 잘 먹어서 놀랐다. 재밌게 하루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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