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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4>

인생의 봄날은 가도......

by 자 작 나 무 2004. 5. 27.

몇 달씩 한 모금도 마시지 않던 술을 요즘 가끔 마시게 된다. 어제도 작은 병으로 맥주 두 병을 마셨는데 지금 몸 상태로는 도무지 일과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몸이 지치고 피곤하다.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두통약을 먹었어도 그다지 진통 효과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으메... 머리 아픈 거~~

 

비가 올 듯 하늘은 약간 흐려져 있다. 생각하면 언젠가 굽이져 돌아온 길이 덜 힘들었던 듯 아름다웠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미 추억이 되어 자리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많은 부분이 희석되어 아름답게 비칠 수도 있는 과거의 화사한 기억보다는 현재의 삶이 비록 딱할지라도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이며 가장 행복한 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려고 애쓴다.

 

나쁘고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이 견디어 내야만 할 것이고, 그 와중에도 분명 좋은 것이 있고 행복한 것이 있다. 오전에 아이를 보내고 나면 오후 3시 정도까진 맘대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생각될지 뾰족한 대안은 없다. 지금까진 그 시간에 모자란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빨래를 하거나 그런 일들로 시간을 보냈다.

 

그다지 보람있게 시간을 할애하는 편은 못 되는 것 같아도 결국 그 일도 내 일과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니 뭐라 할 것도 못 된다. 그나마 빨래가 마르면 운동복을 챙겨 들고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흘리고 온다는 게 유일한 바깥 활동이다. 운동을 좀 일찍 끝내면 그 근처에 있는 아는 언니 화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음악을 함께 듣곤 한다. 집에선 내 취향대로 맘껏 들을 수 있으니 이렇게 혼자 컴 앞에 앉아 뭔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일도 제법 소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쯤엔 가까운 섬에라도 여행 삼아 다녀올까 했는데 아이가 중이염이라 짜증이 늘어서 그 녀석 시중들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 나섰던 마음을 접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지금 내 형편으로 아무래도 여행은 무리니깐..... 그것도 문제가 되겠다.

 

가끔은 뒤 생각 없이 떠나서 돌아다니다 오기도 하고 듣고 싶었던 음반을 하기도 하고 책을 사 오기도 하고 그랬던 적이 많았는데 이젠 갈수록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나중에 뒷감당할 때 몹시 고생하게 되므로 차마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내 생활은 참 자유로운 편에 속하는 것 같다. 골치 아픈 시댁 식구도 없고 때맞춰 들어와서 밥 챙겨줘야 할 신랑도 없고...... 그래서 아쉽고 외로운 점도 없진 않지만, 그 덕분에 편한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블로그에다 맘대로 내 생각을 옮겨 놓는 일부터도 그렇다. 내가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많다면 맘대로 하지 못할 부분이다. 결핍 속에서도 충만한 뭔가가 있으니 결핍된 요소에서 오는 불편함보다는 좋은 점들을 더 크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려 한다.

 

이전에 음악을 따오던 곳들이 없어지거나 유료화되어 맘대로 태그로 음악을 걸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내 한계이지만 음반 가게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음악을 접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안도와 감사를 느낀다.

 

저녁나절에 운동을 하러 가면 젊은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나가는 시간엔 아줌마들 일색이라 근육질의 남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훔쳐볼 수 없다는 것이 그나마 아쉬운 점이지만 어찌 매사가 다 만족스러울 수 있으랴~~ ㅋㅋㅋ 그래도 좋다. 오늘 또 당장 무슨 일이 생겨 지금의 기분을 유지할 수 없을지언정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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