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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4>

어디로 갈까

by 자 작 나 무 2004. 5. 29.

 

 

 

어제 종일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것이 겨우 추스려 놨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조악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어디든 훌쩍 떠났다 오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 막연한 목적지를 여기 저기 떠올려보지만 마땅한 곳이 선뜻 떠오르질 않는다. 마음이 내키는 곳이어야 거리에 관계없이 나서게 되는 법인데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어디든 가는게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

 

벌써 이 만큼 생각이 나를 가로막는다. 아이를 데리고 나서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과 끊임없이 그 꼬맹이의 시중을 들어줘야 할 것과 보는 것마다 사달라고 조르는 요구 사항과 적절히 타협하려면 목도 많이 아플 것이고 지갑도 의외로 많이 털릴 것이므로......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다. 여행 한 번 다녀오고 한 달 빠듯한 생활비를 다 털어먹은 뒤 뒷감당을 못해 쩔쩔매는 꼬락서니로 살 순 없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갇힌 동물처럼 방안에서만 휴일을 보낼 수 없는 일 아닌가.

 

화실 언니는 동창회 모임에 나가면서 청도 운문사를 들먹였지만 운문사까지만 간다면 별 문제없겠으나, 저 꼬맹이를 데리고 언니가 목적지로 삼으려는 운문사 사리암까진 제법 산길을 걸어야 할 터라 만만치가 않다. 조용히 산사나 암자에서 참배하고 기도나 하고 왔으면 싶은 마음도 없진 않지만 역시 번거로움에 대한 걱정은 걷히질 않는다. 그래도..... 어디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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