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좋다.
이 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대로 그저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이 멀리 있어 아름다운 숲처럼 그만큼의 거리에 있을 때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더 가까이 다가가도 아름다운 이도 많겠지만
어쩐지 더 가까이 가면 나무 위에 앉아 놀던 새 포로롱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자유로이 창공으로, 숲으로 나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어딘가 좋은 사람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이상은 아직은 내게 무리인 것 같다.
게시판에서 보는 글, 답글, 그걸로도 그냥 좋다.
더 알고 싶지 않은 건 내가 겁 많고 비겁한 까닭이겠지만,
그는 나를 더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가 좋다.
어딘가 좋은 사람 하나 살고 있다는 사실 위에 뭔가 덧입혀진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꺼려진다. 화원에 잘 자란 화초나 수목들을 가서 사 오지 않고, 늘 그 길목을 지나며 한 번씩 바라보기만 하는 난 어쩌면 너무나 소유욕 강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 손에 와서 시들어질까 봐 두렵기에 그러는 것일 거다.
아직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아님..... 내 모습을, 가까이에서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두려운지도 모른다.
정작 글로는 이렇게 적나라하게 익명의 공간에 버젓이 올리고도
직접 대면하거나 목소리를 듣는 건 어쩐지 거북한 일로 느껴진다.
아직도 내게 뚫린 상처가 덧나기라도 할까 하여 두려운 것이다.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내가 참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새벽이다.
두렵다. 나를 더 큰 눈으로 보려는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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