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너무나 평온함을 느꼈다. 약간은 습기가 느껴지는 시원한 땅 속에 누워 위로 뚫린 하늘을 보는 기분이 한편으로 끔찍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죽음은 그다지 거부감 느껴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을 다 마치고 저기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심경을 경험해본다는 것은 여태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평화를 만난 것과 흡사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언젠가 누구든 가서 누울 자리다. 그것 하나 만큼은 공평한 것이다. 거부하거나 비켜갈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의 섭리대로 태어나서, 또 가야 할 때가 되면 돌아볼 시간도 없이 재촉하여 떠날 걸음, 살아 있는 동안 저 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듯, 순연한 마음으로 반 박자쯤은 여유를 부리며 살아볼 일이다.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며 최상의 道이다.
|
'흐르는 섬 <2003~2009> > <20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행복 (0) | 2004.08.25 |
---|---|
이상한 냄새 - 레이저 수술 후기 (0) | 2004.08.02 |
여름날 추억 만들기 (0) | 2004.07.31 |
블로그 산책 (0) | 2004.07.29 |
어떤 우울 (0) | 200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