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병원에 가는 것에 겁먹어서 도무지 혼자 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사실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만 사람의 심리적인 부담감이란 게 별 것도 아닌 일에 긴장하게도 만드니 레이저 수술이라 크게 아플 것 같지도 않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라 결국 오늘부터 휴가를 즐겨야 할 친구를 대동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코 안에 마취제를 바른 거즈를 두 차례 걸쳐 몸이 움찔거릴 정도로 밀어 넣고 욱 소리도 못내고 발만 동동 구르다 마취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는데 내 이름을 불러서 자리에 앉았다.
누워서 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하는 수술 겁먹을 일도 아닌데 괜히 긴장이 되었다. 의사선생님도 내가 너무 긴장하는걸 아시는지 자꾸만 긴장 풀어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이상하게 레이저봉을 코 안에 넣어서 점막을 태우는 냄새를 비롯하여 부분 마취를 하느라 코 속에 넣었던 거즈가 제대로 밀착이 안되었다 나와서 부분 부분 마취 상태가 불량이어서 그랬는지 상당히 따끔거리고 뜨거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악 질렀다.
의사 선생님은 자꾸만 괜찮다 하면서 뜨겁다 하니깐 레이저 봉을 들고 하시는 말씀 "이 레이저가 몇 도나 되는지 아십니까?" 눈물을 찔끔찔끔하고 스타일 구겨진 채로 앉아서 온 몸에 힘들어간 나한테 도대체 그걸 왜 물으실까... 그것도 뜨겁다고 발악 중인데 납량 특집이 따로 없다. "무려 400도나 된답니다." "ㅡ으악~~~~~~~~~~~~" 숨도 쉬지 말라는데 숨을 쉬라고 하셔도 그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계속 숨을 참고 있었는데도 살 태우는 냄새가 콧 속을 진동을 하던 차에 400도라는 말을 들을 순간, 부분 마취는 되었어도 내가 아닌 의사 선상님께서 긴장을 하고 잘못 레이저를 쐈다간 내 코안을 다 태울 수도 있다 싶으니 다리가 후들후들....... 숨을 참고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 있으니 이왕에 손 댄거 확실히 해야 하니깐 더 참으라신다.
그렇게 멀쩡한 사람들은 태우지 않아도 될 코 점막을 400도가 넘는다는 레이저로 태워서 없애는 수술을 끝냈다. 견딜만 하지만 꽤 이상한 기분이 드는 통증이 종일 지속되고 있다. 1주일간 통원치료 해야 한다는데 과연 있어야 할 것을 태워 없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나던 재채기, 콧물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이 정도 통증이야 참을만 하지만 아.. 아무래도 사라지지 않는 살타는 냄새. 숨을 쉬는 게 괴롭다.
근데 자꾸만 그 의사선생님 말씀이 생각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였는데 은근히 그 선생님 귀엽게 생기셨다. 약간 곱슬에 사람좋아 보이는 인상에 농담도 곧잘 하시더니 그 순간 왜 400도라는 말로 나를 초긴장하게 만드셨는지 아마도 내가 겁먹고 잘못 몸을 가눠서 실수 하시게 될까봐 그 분도 조금은 긴장이 되셨던 모양이다. 코 안이 얼얼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졌음 좋겠다.
|
'흐르는 섬 <2003~2009> > <20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인가..... (0) | 2004.08.26 |
---|---|
작은 행복 (0) | 2004.08.25 |
무슨 생각이 드세요? (0) | 2004.07.31 |
여름날 추억 만들기 (0) | 2004.07.31 |
블로그 산책 (0) | 200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