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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06>

진양호-빠레트 레스토랑<2006/05>

by 자 작 나 무 2009. 11. 13.

 

2006/05/22 18:20

 

해가 길어져서 진양호 주변은 아직 밝았다. 하동에서 달려나와 고속도로를 향해 달리다 진양호를 보고 차를 돌려 세웠다. 일행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내 카메라 밧데리 깜박 깜박 위태위태하여 손을 뗐다. 마침 차에서 자다 깬 지영이의 입이 불퉁한 것이 불만이 많았다.



분명 통영을 향해 다시 달리던 중이었는데 진양호에서 사진을 찍고도 모자라 그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을 휘감고 올라간 싱싱항 담쟁이 넝쿨과 장미에 반해 또 중간에 차를 세웠다.

 

 

 

 

지영이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 있는데 마침 거기서 사진을 찍던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지영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기에 모델을 잠시 빌려줬다. 어제 찍힌 사진이 이메일로 보내져왔고 '꿈을 먹고 사는 아이'에 올려놓았다. 사진 찍는 것도 테크닉의 문제겠지만 감각과 더불어 카메라도 좋아야 한다. 찍힌 지영이 사진을 보니 나도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좋은 카메라 사야겠다.

 

 

그 레스토랑은 뒷뜰에도 온갖 화초가 심어져 있고 야외 무대까지 마련되어 있어 화사하고 은은한 것이 데이트하기 좋은 분위기였다. 우리는 낭만적인 저녁 식사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야외 무대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중 어쩌다 낮에 끊긴 사랑 이야기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고, 저녁 식사는 한참이나 길어졌다. 함께 몇 번씩 여행을 다니다보니 이제는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만한 상대로 서로 느껴진 것인지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줄줄 나왔다. 그녀들은 내가 며칠 연이어 술을 마신 사연에 대해 궁금해했고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은 일련의 사건들까지 모두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통영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사랑엔 시간이 약이 아니에요. 다른 사랑이 약이랍니다. 빨리 좋은 사람 만나셨음 좋겠어요..."


그들의 따뜻한 위로로 밤은 더 깊어지고 우리의 긴 하루가 끝이 났다. 13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 여태 밖에 나가서 함께 돌아다닌 시간 중에 제일 길었다. 다음엔 1박 2일 여행을 약속하며 아쉬움 속에 헤어졌다. 온종일 흠뻑 행복한 하루였다.
어제 얼마나 피곤했던지 입이 헐고 오늘은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