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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추억이 담긴 사진

by 자 작 나 무 2005. 9. 13.

 

1993년 4월 10일 하숙집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다.

제일 왼쪽 한 명과 가운데 새침데기같이 서 있는 나만 빼고는 모조리 93학번 새내기들이었다.

난 그 하숙집 5년 차여서 예비역 남학생을 제치고 하숙집 방장인가 뭔가가 되었다. (하숙생이 스무 명 가까이 되니 대표가 필요했다.)

 

일요일에 뭔 청승인지 하숙집 후배들 이끌고 동네 공원에서 폼 잡고 촌스럽게 기념촬영까지 했다.

 

그 당시 하숙생이 17명이었는데 그날 함께 나온 사람은 열 명쯤 되었나 보다.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 가자~~!!"

마침 그날 페스티벌 참석차 정장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그랬나...?

그 당시 유행하던 기성복은 어깨에 뽕이 과했다. 그때는 당연한 듯 입었지만, 지금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저 정장이 모셔져 있지만 치마가 몸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땐 44사이즈 밖에 맞는 옷이 없었다. 얼마 전 하숙집 후배 두 명을 싸이월드에서 찾았다.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있는 그들의 사진을 보고 앨범에서 이 사진을 꺼내어 보니 너무 새삼스럽다. 벌써 12년이나 지났다. 저기 파릇파릇해 보이던 후배들이 벌써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

 

지금 보니 그때는 고민거리였겠지만 내 나이 스물넷엔 볼살이 통통하니 보기 좋았다. 나이 들면서 얼굴 살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제자리에 돌아오기 힘들다. 역시 사진이 남아 있어야 추억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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