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03~2009>/<2005>

이사

by 자 작 나 무 2005. 9. 27.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다 결국 전세금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려던 집에 월세를 더 내고 가기로 잠정적인 결정을 했다. 위치도 괜찮고 살던 동네라서 아주 낯설지도 않아서 좋기는 한데 너무 넓은 집에 덩그러니 둘이서 살려니 이제는 그것도 겁나고... 이사 가면 바로 손가락 빨아야 할 정도로 한 푼도 없이 빈털터리가 된다는 게 무섭고.... 근저당 설정이 엄청난 액수로 걸린 집이라 혹시나 전세금 날릴까 봐 겁난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잠이 안 올 것 같다. 오죽하면 이사운이 들었는지 철학관이라도 찾아가보고 싶을 지경이다. 끙~ 혼자 뭔가를 결정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불안하고 자신이 서질 않는다. 여태 번번이 사기당한 일들부터 워낙 끔찍한 일들을 많이 당해서 불안하다.

 

그 집에 이사가면 앞으론 친구들도 오면 재워줄 수 있고 좋은 점도 많겠지만 돈도 많이 벌어야 그 집에서 셋돈이라도 꼬박꼬박 내고 살 수 있을 텐데 걱정... 또 걱정... 그래도 쥐어짜서라도 이사는 가고 봐야 하는 게 맞을까?

 

전세금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는 내 처지 때문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전세권 등기 설정을 할 계획이다. 전세금이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근저당 설정 액수가 수억 대를 호가하는 상가건물이기 때문에 전세금 설정계약을 하지 않으면 생돈 날리는 수가 있겠다. 내 명의로 할 수 없음에 수십만 원 하는 등기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게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를 신용불량자로 만든 사기꾼들 탓인데 그들에게 비용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별 수 없이 내 살 깍아먹는 수밖에..... 지금은 아무리 계산을 하도 주판을 튕겨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이렇게 일을 벌였다가 제 날짜에 전세 보증금을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가슴이 콩닥거린다. 또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전세등기에 문제가 생기면 또한 거지가 될 텐데 그건 어떻게 할지 온갖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다.

 

어제부터 이틀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이 어떻게 입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설치고 다녔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는데 바빴다. 목요일 아침 수업에 참석하기 전까지 지난주에 받은 과제물 두 건을 해내야 하는데 손도 못 대고 이틀을 날렸고 내일도 아침 일찍 법원 등기소에 뭔가 알아보러 나가야 할 참이다. 방을 빼려면 광고도 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봄에 내 돈 들여서 도배한 깨끗한 방에서 몇 달 살아보지도 못하고 나가는 것도 억울하고... 그때 도배하면서 짐꺼내고 정리하느라 힘들었던 생각 하면 괜히 아쉽다. 이 불편한 집에 뭔가 하나씩 더 사다가 붙이고 달고 고치고 그러면서 살아왔는데 6년이나 살던 집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떠나려니 징글징글할 것도 같은데 정든 것이 아쉬워 어찌 떠날까 싶다. 보일러 탱크에 기름이 한 드럼이나 남아 있는데 이사 가면 기름통을 채워야 할 것이 걱정이고, 그래서 어떻게 그걸 뽑아서 옮길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빡빡한 재정상태로 인해 신경이 곤두선다.

 

지금 이사하지 않으면 그나마 그 정도 조건이 되는 곳에 이사하기 어려울까봐 급하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이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위치는 그만하면 나쁘지 않은 게 분명하다. 이것도 걱정이 되어 열심히 자기 암시 중이다. 거기 가면 과외할 아이들을 모을 수 있는 여건이 훨씬 좋을 테니 일도 많아지도 잘 될 거다... 이 또한 불안하고 자신 없는 내게 내가 불어넣는 주문이다. 걱정이 많다. 빨리 시간이 흘러가고 어떻든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아침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등기 문제에 법적 하자는 없는지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지 알아본 후 집에 와서 잠시 쉬었다가 과제물을 꼭 해야 할 것이다. 자꾸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된다. 혼자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하려니 절실히 곁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게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흐르는 섬 <2003~2009> > <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0) 2005.09.30
이사하기 어렵다.  (0) 2005.09.29
빨리 이사가고 싶다.  (0) 2005.09.26
상처난 부위에 즉시 붙이세요!  (0) 2005.09.24
역겹다  (0) 200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