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우 로빈윌리엄스의 자살 뉴스를 보고 잠시 지난해 내 상태에 대해 떠올려보니 그때 나도 여행이라도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태양 아래에서 걷고, 새로운 풍경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편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많이 좋아졌다. 한시도 혼자 있을 틈이 없었으니 더 그랬을수도 있다. 그런데 올 여름에는 혼자 있을 기회가 없어서 머리 속에 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못가져서 좀 불편했다. 혼자 있어야 내 머리 속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꺼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삼시 세 끼 차려바쳐야 하는 딸을 모시고 사니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나마 지금 아이가 피아노 치러 가고 없으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함께 해서 좋지만, 24시간 함께 있을 땐 불편할 때도 있다. 달리 불편한 것이 아니라, 혼자 뭔가에 집중해야 하는데 항상 아이에 대한 생각과 잔소리도 필요하니까 나만의 영역이 생기지 않는다.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두 번째 파리 여행 2013년 7월 23일 오전, 인천발 파리행 에어프랑스에 탔다. 그것으로 해마다 언젠가 간다간다 하던 한 달짜리 유럽여행이 시작되었다. 엄밀히 따지면 학교 방학이 24일이라서 우리가 여행한 것도 24일. 22일 방학식하고 23일 바로 파리로~~~ 스위스 프랑 환전하고~~~ 유로화도 종류대로 환전 비행기 출발 시간 1시간 이상 활주로에서 대기해서 12시간 비행기에 앉아 있어야했다. 긴 비행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가기 위해 영화 볼 때 쓸 헤드폰도 받고 출발 전에 레몬향 나는 방향제를 뿌려주는데 정말 기분 좋아진다.
그래서 그 핑계로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맛~~~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밥 줘서 한 끼 먹고. 비행기에서 먹는 밥은 별 것 아닌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 때문이겠지. 내리면 원없이 느끼한 음식 먹게 될테니 끝까지 나는 한식! 열심히 게임에 몰입 중인 딸 몇번이나 간식을 갖다 먹고 자려고 노력도 해보고, 봤던 영화도 뒤져보고...... 출발이 지연되서 너무 긴 비행이다. 비행기 바깥을 보니 물웅덩이 같은게 보여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이런 곳을 지나고 있다. 위에서 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두 번째 식사는 차가운 음식이다. 그냥 주는 대로 먹는 수 밖에..... 파리에서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 한 달도 너무 짧았다. 돌아오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또 여행을 꿈꾼다. 이젠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돌아오지 않고 어디든 헤매고 다닐 수 있는 여행을 하리라 생각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부분이어야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딸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학교가 가장 큰 문제다.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 다음에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다 만족스럽게 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경제적인 안정을 이룬 부류의 사람들 뿐이겠지.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지만 여행을 너무 좋아하므로 다른 문제는 부족해도 떠날 수 있을 때, 헤매고 다닐 힘 있을 때 떠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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