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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4>

석산이 절정인 함양 상림

by 자 작 나 무 2014. 9. 21.

 

 

 

 

 

 

 

 

 

 

 

 

 

 

 

 

 

 

 

 

 

 

 

 

 

 

 

 

 

 

길 위에서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률에 취한다.

정작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내 귓전엔 계속 음악이 맴돌곤 한다.

어떤 멋진 광경을 보고 있는 순간, 그 장면에서 연상되는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고

이내 음정과 박자가 갖춰진 노래로 변신한다.

새로운 곡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어느 순간 들었던 노래나 곡들이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이다.

 

상림에 가면 평화로워진다. 가파른 산길을 타지 않아도 흙을 밟으며

숲을 만끽할 수 있다. 9월의 상림은 여느 때보다 아름답다.

붉은 석산이 숲을 장식한다.

잎과 꽃이 서로 피어오르는 시기가 달라서 지상에서 만날 수 없는

인연을 상징하는 슬픈 이야기도 담고 있는 꽃이다.

 

꽃무릇이라고도 불리고,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석산이 피는 계절엔

서로 생각하고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었다.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없다면 내생에라도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

세월이 약이다. 이제는 너무도 담담해졌다.

항상 현재가 중요하다. 어떤 사랑을 했거나, 어떤 인연을 만났었거나

모두 지나간 시간에 묻혔다. 지금 내가 발딛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

 

나는 오늘 이런 모습을 한 이런 사람이다.

과거를 딛고 일어선 지금의 모습이 내 모습이다.

붉고 선명한 꽃이 내게 열어준 생각의 길을 밟으며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했다.

언제든 올해 상림에서 찍은 석산을 보면

그 순간 내가 떠올렸던 음률을 기억할 것이고,

가슴 속에 잔잔하게 일었던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인생은 여전히 살아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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