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 치료받으면 완치된다던 염증치료가 별 차도가 없다. 병원에 계속 다니면서 주사 맞고 약을 받아 먹긴 했는데 여느 때와 달리 그닥 효과가 없는 듯 하여 다시 검사해보니 백혈구 수치가 3분의 일 정도밖에 안된단다. 그러니 2주 정도는 병원에 더 나오라는 것이다. 오늘은 새벽에 갑자기 지영이도 열이 나고 아파서 종일 신경이 쓰였다. 과학탐구대회 나간다고 같은 팀이 된 친구들이 주말에 이틀 동안 우리집에 아침부터 와서 함께 지냈다. 점심 해먹이고, 저녁까지 해먹이려니 먹성 좋은 아이들 셋은 정말 해먹이는 맛이 제대로 날 정도로 잘 먹어서 시장 봐온 것이 단번에 동이 났다. 난 상태가 그럴 만도 한 것이 마음 속에 뭔가 엉뚱한 발상이나 의욕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어떻든 재밌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올 겨울부터는 그런 마음도 그닥 들지 않아서 계속 칩거하듯 지내왔다. 그러다보니 마음도 몸도 함께 시들해진 모양이다. 이번 주에 벚꽃축제를 하는 줄은 알았지만 비가 온다길래 지난 주말에 하동 쌍계사 아래 벚꽃핀 길 걸으러 다녀왔다. 딸이 다른덴 안가도 거긴 꼭 함께 간다고 약속을 몇번이나 해서 그날 안가면 봄나들이 는 가기 글렀다 싶어 어떻든 무리해서 다녀왔다. 그래서인지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가 싶더니 어젠 혼자라도 음악회 간다고 나서서 생소한 오페라 하나를 관람하고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음악당 안에서 비내리는 걸 보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딸이 친구들 보내고 나에게 우산을 갖다줄 때까지 기다리다보니 오랜만에 내 방이 아닌 곳에서 한참을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러다보면 조금씩 나아지려니 싶다. 시렵고 아픈 4월이다. 지난 해4월 16일 의령에서 학생들 수련회 데리고 나갔다가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날부터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 힘들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세상은 갈수록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눈을 감고 모른 척하며 살고 싶었다. 오늘도 잠들기 전에 해열제를 먹고도 열이 잘 내리지 않아 찬물 적신 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겨우 잠든 딸을 보면서 그래도 내 곁에 이렇게 잠들어 함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4월 16일에 내 딸도 수학여행을 갔었다. 배를 타지도 않았고, 타고 간 버스는 아주 작은 사고를 겪긴 했지만 아무 탈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그날 이후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지 도무지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나에겐 지금으로선 딸이 내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내 곁에 머무는 인연은 딸 뿐이다. 부모와의 인연도 다했고, 가족들과 인연 끊고 산지 십수 년이 넘었다. 오가지 않고 서로 대면하지 않으니 가까운 이웃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나는 이것 때문에 계속 아프다. 혼자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포기한 듯 하면서도 다 놓지 못하고 어딘가에 속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온전히 채워지지 않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허하고 다리에 힘이 없다. 계속 의기소침한 상태로 앓다보면 정말 큰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잠시 다 모른척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털고 일어나서 살아남아야 할 즈음이 되었나보다. 더 웅크리고 있으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될지도 모르니 이제 그만 우울한 마음을 조금씩 부축해봐야겠다. 한때는 꼭 누군가 사람을 만나 사람에게 기대어 마음의 온기를 얻고 싶어했는데 어쩐지 이젠 그런 마음조차 생기지 않으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 열정이란 것이 영 시들해져서 다시 피지 않을 것인지 아직은 마음이 겨울인 것인지 올해는 참 알 수가 없다. 아프고 힘든데 조용히 방안에서 입 다물고 가만히 지내는데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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