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위에 온갖 물건들이 수북하게 쌓여서 물건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책상 정리를 하고 컴퓨터 위치를 바꾸고 작은 수납용 가구들 위치도 바꾸었다. 책상이 넓어져서 노트북도 올려놓고 서류 정리함도 올려놓고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진작에 했어야 될 일이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많은 일을 방치하고 지내는 편이다.
이제는 어질러진 것을 그냥 보고 지내기 곤란할 만큼 바깥의 이런 저런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생긴 것이다. 스스로를 사회와 격리시켜놓고 지내는 삶을 종식할 때가 되었다. 우울해지거나 몸이 아프거나 어쩐지 사람들과 섞이고 싶지 않을 때가 또 찾아오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된다.
여행을 나서는 일 외엔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메르스 공포 때문에 밖에 더더욱 나가지 않게 되니까 최근 들어서는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갈 일이 있어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된다. 한 마디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닌데, 정작 책임이 있는 자들은 온갖 핑계와 공작을 할 궁리만 하는 것 같다.
아직 확진 환자가 한 명도 없는 이 동네도 지난 주말에도 시내가 텅텅 비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많아서 한낮에 한창 차가 미어터질 정도로 많아서 거리에 나가기가 거북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는 토요일이었음에도 시내가 한산한 것이 태풍 오기 전날 같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즐겨찾던 낙지집에 가서 낙지볶음을 맛있게 먹고 들어왔다. 그 식당도 거의 매번 빈 자리가 없는 곳이었는데 내 딸과 나 외엔 손님이 없어서 횡할 정도였다.
정부의 존재가 무의미하고 세금 낭비라고 생각될 만큼 열받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특히나 많은 이들의 하나 뿐인 목숨과 건강을 위협하는 메르스 사태를 벌인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차라리 내가 정치하는 게 너희 머저리들 보다 훨씬 낫겠다. 이런 뼈있는 농담 좀 하면 누가 검색해서 잡아가려나? 여하간..... 이 벙어리 5년, 귀머거리 5년 다 채우려면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
** 지난 주말에는 나현이네 막내와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 갔었다. 오랜만에 언덕에서 섬으로 둘러싸인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니 산뜻하고 답답하던 가슴이 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진입로는 여전히 참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좋은 곳이다. 메르스가 진정되면 주말에 그곳에 그렇게 한가로이 걸을 수 있는 상황이 못될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누군가 말없이 함께 걸어도 불편하지 않을 사람을 만나 공원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몇 달째 한번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내가 정말 이렇게 마음도 늙어져서 세상과 영영 담쌓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꽤 많이 흘렀고 조금씩 나아진 모양이다. 상상하는 즐거움, 막연한 기대 그런 건 이제 내 인생에선 정말 허용되지 않을 단어들이라 여겼는데 아직은 내 마음 속에 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모양이다.
더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나중에 못해 본 것이 아쉬워서 눈물나는 일 없도록 뭔가 해보고픈 것이 있으면 과감히 해 볼 생각이다. 아직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없긴 하다.
얼마 전에 길을 걷다가 짧은 치마를 입고 지나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며 "나 아직 미니스커트 한 번도 못 입어봤어." 그랬더니 딸이 왜 못입어봤냐고 오히려 버럭 화를 냈다. 더 젊었을 때 한창 때 안 입어보고 뭐했냐고 야단을 친다.
나는 엄청나게 보수적인 부모님 아래에서 시키는 대로, 내 인생의 주도권을 포기하고 20대가 되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고 지낼 때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줬더니 이해를 할 수가 없단다. 그런데 이 나이에 미니스커트 입고 돌아다니진 말아달란다. 지금은 그런 옷 입기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그보단 살이 쪄서 통통해졌으니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말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한 수 더 떠서 "그럼 쪼글쪼글 할머니 돼서 입고 다닐란다!" "그럼, 엄마는 나랑 아는 척도 하지 말아야 돼~!" "그래~! 그러던가!" 지금 미니스커트를 입어보고 싶진 않다. 왜 그때 못해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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