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혹 딸이 닭을 삶아달라고 한다. 백숙용으로 중닭이나 삼계용 닭을 한 마디 사다가 뱃속에 찹쌀넣고 삶아 놓으면 살만 골라 먹길래 닭을 삶아 건져서 수육을 먼저 주고 닭 삶은 국물을 따로 걸러내서 찹쌀 불린 것 넣어서 죽쑤어서 주면 닭죽을 또 맛있게 잘 먹는다.
6월 20일 이 날은 마트에서 5마리 9,900원에 팔던 전복도 사왔다. 전복도 함께 넣고 해계탕을 끓일 생각이었는데 딸이 전복은 따로 먹고 싶다길래 닭 삶고, 전복죽 끓이고, 닭죽도 따로 끓여냈다.
먹으려고 차려놓고 보니 그릇이 각양각색이다. 즐겨쓰는 포트메리온과 가끔 기분 낼 때 꺼내 쓰는 금테두른 노리다께, 푸른색에 단박 반해서 사모으기 시작한 덴비까지 그릇이 제각각이다.
전복죽 먹으려고 보니 끓이다 중간에 넣으려고 다져둔 채소를 넣지 않아서 다시 끓였다. 전복 껍질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따로 끓여낸 물에 죽 끓이면 더 시원한 맛이 난다길래 따라했더니 바다향이 나긴 하는데 약간 비릿해져서 딸이 죽은 거의 먹지 않았다. 나 혼자 죽 한 냄비를 다 먹었다.
딸은 삶은 닭 먹고 남은 고기 발라넣고 찹쌀 넣어서 끓인 닭죽을 다음날까지 혼자서 맛있게 잘 먹었다. 주방에서 한 가지만 만들어도 집안이 금방 더워져서 요즘은 뭘 만들기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먹고 싶다는 것 만들어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면 그걸로 만족스럽다.
전복이 헤엄치고 지나간 죽만 먹다가 건더기가 듬뿍 든 죽을 먹어보니 장봐서 만들기는 귀찮아도 집에서 만든 음식이 실하고 좋다. 가족 수가 적으니 둘이서 이렇게 먹는 것에 생활비를 쓰는 비중이 높아 엥겔 계수가 엄청나게 높다. 내 딸의 사는 즐거움 중에 먹는 것이 얼마나 비중이 큰데..... 그 즐거움을 위해 나는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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