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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5>

답답하다

by 자 작 나 무 2015. 10. 14.

요즘은 스포츠 스타든 배우든 관계없이 인물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기자들이 쓰는 제목은 대부분 외모에 대한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운다. 그리고 매번 우월한 유전자니 어쩌니 하면서 외모와 관련된 부분을 유독 대단한 것인 양 과대 포장 하는 기사 투성이다. 자주 그런 글에 노출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더더욱 외모지상주의에 취해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함께 생활하는 학교에서 오로지 외모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생겼다고 비난을 받고 친구들에게 싸잡아 따돌림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지만, 요즘은 그걸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애들이 늘어간다. 그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최상의 판단 기준이 외모에서 시작돼서 외모에서 끝나는 씁쓸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유난히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는 중학생 딸을 둔 덕분에 밖에 나갈 때 꼭 화장해야 하고 옷도 갖춰 입고 외출을 하게 된다.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려고 하면 꼭 뭐든 잔소리를 한다. 왜 그렇게 남의 시선이 중요한 것일까? 이건 내 자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대가 안고 있는 정신적인 병폐 중 하나이다. 왜 남의 눈에 들도록 필요 이상의 치장을 하고 외모에 신경을 써야만 할까?

 

남의 시선이 중요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는 고객들의 편의와 관련하여 단정한 외모와 부드러운 표정이 다른 직종 보다 우선시 되니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정도면 이해가 된다. 그 선을 넘어선 과도한 외모 집착, 외모지상주의적인 행태는 목숨을 위협하는 성형수술을 부추기고 아이돌처럼 여중·고생들이 화장을 하고 학교에 나가는 것이 다반사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학생들 가방을 열면 어디서 장만했는지 어른들 못지않게 많은 화장품을 구비하고 있다. 방과 후에 교실에 모여서 친구들끼리 한껏 찍어 바르고 교복 치마를 짧게 줄이고 딱 붙게 줄여서 숨도 쉬기 힘든 이상한 교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한다. 어느 시대나 어느 정도 빨리 어른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망이 덧입혀진 일탈이 있었지만 요즘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는 도가 지나친 경우도 많다.

 

오늘 JYP 대표 박진영이 나온 교복 광고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그러잖아도 교복 입고 앉아서 수업받으려면 힘들어 죽겠다는데 그 불편한 교복을 코르셋처럼 조이고 치마를 볼륨감 살도록 딱 달라붙게, 짧게 해서 입어야 모양이 산다는 분위기의 그 광고는 정말 밥맛 떨어진다. 돈이면 무조건 그런 광고를 생각 없이 만들고 찍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직은 보호받고 배려받고 배워야 할 나이의 학생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게끔 부채질하는 매스컴과 광고주들은 자식도 안 키우는지, 자기만 피할 수 있으면 남들은 남의 자식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화가 난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

 

 

 *

그동안 학교에서 사용된 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인증한 곳이 교육부인데 그들도 다 용공 좌익 빨갱이인가? 좌 편향 교과서들이라고 싸잡아 다 없애고 검인정 교과서 중에 단 한 학교도 채택하지 않은 모 출판사 역사 교과서 한 가지만을 사용하겠다니 참 어이없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를 들여앉힌 장본인이 우리들이니 그에 뒤따른 뒷감당도 다 우리 몫이다. 우매한 대중의 선택에 함께 침몰하는 배에 올라탄 기분이다. 토할 것 같다. 이 배에서 혼자 뛰어내릴 수도 없고 멀미가 심하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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