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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5>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by 자 작 나 무 2015. 11. 27.

11월 20일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LOVAK PHILHARMONIC ORCHESTRA
 
하이코 마티아스 푀르스터, 지휘
Heiko Mathias Forster, Conductor
 
김원, 피아노
Won Kim, Piano
 
PROGRAM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Hummel: Mathilde von Guise - Overture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김원)
Chopin: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Piano: Won Kim)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Dvorak: Symphony No. 7 in d minor


 
 

11월 7일 8일 양일간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2015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과 입상자 콘서트가 연이어 있었다. 입장권을 무료로 얻어서 이틀 동안 계속 연주회장에 갔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젊은 첼리스트들 중에 네덜란드에서 온 첼리스트가 우승했다. 

 

그다음 주말엔 선암사에 다녀왔고, 며칠 동안 꼼짝도 않고 있다 20일 금요일에 미리 예매해둔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다. 딸은 주중엔 피곤해서 공연을 보러 가지 않겠다 해서 아쉽지만 이번에도 혼자 다녀왔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원은 마치 태생이 유럽 귀족인 듯 우아하고 섬세한 연주를 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테크닉과 감성의 조화가 돋보이는 연주였다. 관객들의 박수에 그가 준비한 앙코르곡은 쇼팽의 곡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강렬함까지 선사하면서 청중들의 눈과 귀를 한꺼번에 사로잡았다.

 

마지막 연주곡이었던 드보르작 교향곡 7번은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다 뭔가를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각이 모락모락 피었다가 정리되다 다시 음률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휘자 하이코 마티아스 푀르스터의 섬세하고 진중한 손놀림대로 곡은 바람에 구름이 흘러가듯 유연하게 환상처럼 스쳐갔다. 그가 마지막 악장에서 힘차게 지휘봉을 올렸다 내리는 순간 마냥 이어질 것 같았던 그 꿈은 현실로 돌아왔다. 

 

아쉬움에 자리를 뜨기 싫었다. 그들의 연주에 대한 답례로 힘껏 박수를 쳤다. 그리고 멋진 퍼포먼스까지 곁들인 센스있는 앙코르곡에 관객들은 더 열광했다. 일제히 일어나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여태 내가 본 오케스트라 지휘자 중 단연 으뜸이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관객들이 빠져나가고 팀파니 연주자가 대여섯 벌쯤 되던 팀파니 말렛을 주섬주섬 챙기는 동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내 자리를 2층에서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멀리 더블베이스 연주자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2층에 곁이 빈자리에 편하게 앉아있었다.

 

딸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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