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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6>

1월 4일, 딸을 보내고 와서

by 자 작 나 무 2016. 1. 4.

발이 너무 시려워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어느새 가무룩하게 잠이 들었다. 잠시 잡다한 꿈에 살짝 빠지는가 싶다가 깨어보니 사방이 깜깜하다. 노트북을 열어서 잠시 조명으로 썼다. 아침에 딸을 보내고 이후의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설치하라는 앱을 스마트폰이 없어서 아이패드에 깔았다.

새 메시지가 뜬다. 아침에 따라가서 본 입소식 이야기다.

 

 

 

 

처음으로 4박5일이란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되었다. 앞으로 한 달간 일주일에 4박5일씩 아이와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난 이렇게 긴 시간을 혼자 보내본 적이 없다. 항상 가족과 함께 지냈다. 정말 혼자 지내는 분들의 심정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힘들 것 같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결국 익숙해지겠지만 난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어두워졌는데 나도 모르게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이불 속에서 노트북 불빛으로 주변을 헤아리고 있었고, 평소 같았으면 벌써 이른 저녁을 먹었을 시각이 지났는데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멍하니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혼자 넓은 공부방에 앉아 있으니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촛불을 켜고 좋아하는 라벤더 향도 한 개 피웠다. 아침에 입소식에 늦을까봐 이불보따리며 짐가방을 싸들고 서둘러 가느라 아침 등교길에도 항상 빼먹지 않고 안아주던 걸 잊고 그냥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허전하고 마음이 섭섭했다.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많이 안아주긴 했지만 항상 눈뜨면 안아주고 헤어지기 전에 꼭 서로 끌어안고 인사를 나눈다.

 

오늘은 며칠 늘어지게 잠만 자던 아이가 늦잠을 잘까봐 엄한 목소리로 아이를 깨우느라 깜박해버렸다. 하루에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10분, 저녁에 10분 뿐이라서 벌써 저녁에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가서 기숙사 침대에 잠자리도 펴주고 왔건만 혼자 남은 내 마음은 철없이 왜 이리 서운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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