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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7>

1월 28일

by 자 작 나 무 2017. 1. 28.


며칠 전 동네 은행에서 단골 음식점 아줌마와 마주쳤다. 딸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라 더러 가는 곳인데다 10년 이상 동네에서 오며가며 얼굴을 본 사이라 배달주문하느라 전화를 걸어도 나를 붙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분이다. 그날 대뜸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살이 많이 쪄서 못 알아볼뻔 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그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많이 쪘다는 말을 직접 듣고 보니 정말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건강하게 살빼기로 정했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확실하게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다. 그 외에 고쳐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일단 그것 부터 제대로 해봐야겠다.




서랍정리를 하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놓듯 방치했던 오래 전 사진 한 장을 찾았다. 그 사진을 딸이 폰 카메라로 찍어주었다. 1999년 봄에 전남 강진에서 찍은 사진이다. 무위사를 비롯해서 남도 고찰 여행을 다니던 중이었다. 이젠 저런 때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딸이 세상에 나오기 전이고, 결혼 계획도 없었고, 그 때의 나는 진중하고 무거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체중이 10kg 넘게 불었고, 몸은 무겁고 생각은 얕고 가벼운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과 교류를 거의 하지 않으니 내가 객관적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설날. 해마다 그랫듯이 우리 모녀는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큰 일없이 조용히 방안에서 지냈다. 새 휴대폰을 구입한 친구가 쓰던 아이폰을 얻었다. 함께 내 손에 건너온 휴대폰 케이스가 노티난다며 딸이 오늘 오후부터 꼼지락거리며 휴대폰 껍데기에 저 그림을 그려줬다. 나는 여전히 011 2G폰을 쓰고 있고, 개통하지 않은 저 폰은 통화 외에 다양한 용도로 잘 쓰고 있다.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휴대폰 요금을 과하게 내는 게 싫어서 스마트폰을 따로 개통하지 않았다. 굳이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개통하지 않아도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으니 나는 아쉬운 게 없다. 어딘가에서 휴대폰 번호를 이야기 해야 할 때, 앞에 011이라 부르면 꼭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된다. 고집불통,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등등 그런 뜻의 시선이 아닐까 싶다.


잔병치레를 오래 하며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체중이 부쩍 늘었고, 그 사이에 내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요즘 더러 생각한다. 절실함 없이 지금의 상태에서 변화가 생길 여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스스로를 설득할만한 절실함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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