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약을 끊은 뒤, 몇 가지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프로폴리스 액을 스포이트로 수시로 구강 투여하고 외출할 땐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목이 간지러울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심하던 기침 가래도 서서히 잦아들었고, 많이 피곤할 때 외엔 견딜 만 해졌다.
몇 달 동안 거의 바깥으로 나다니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갔다. 이렇게라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싶다.
속눈썹이 안구를 찔러서 항상 눈을 비비며 울먹이던 딸이 주기적으로 안과를 들르는 대신 쌍꺼풀 수술을 시켜줬더니 속눈썹이 바깥으로 올라가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알레르기 증세로 콧물처럼 눈에서 나오던 분비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 가지 해결해놓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당연히 생겨야 한다는 듯 늘 자잘한 문제는 줄지어 생겨난다.
딸의 발바닥에 없어도 될 뼈 한 마디가 더 자라서 걸음걸이도 뒤뚱뒤뚱한 데다 그게 허리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전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체육 수행평가로 멀리뛰기 하면서 발에 힘을 주고 뛴 것이 무리가 되어 계속 아프다며 며칠을 징징거렸다.
증상이 완화되도록 물리치료도 받고 신발에 끼우는 특수깔창도 맞춰서 착용하고 다니는데도 조금만 걸으면 아프단다. 체중을 조금 줄이면 통증을 덜 느낄 것 같은데 한창 많이 먹을 때라 그게 쉽지 않다. 여름방학이나 되어야 시간 내어 한동안 물리치료라도 더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이틀 연거푸 능동적으로 수업 중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 문자가 날아왔다. 집에 돌아오면 학교 다니는 게 힘들다, 공부하는 게 힘들다고 늘 불만이 많다. 성적이 떨어져도 아무 말 않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원인은 본인이 만족스러울 만큼의 점수가 나올 정도로 충분히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늘어지게 노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생의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과하게 빡빡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몇 달 동안 수학 공부를 손에서 놨더니 이젠 뭘 알고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공부를 함께 하지 않으면 딸이 저 느린 속도로 도무지 원하는 만큼의 학습 성과를 낼 수 없을 것 같다. 수능 칠 때까지 나도 수능 준비하는 학생처럼 공부를 함께 해줘야 할 것 같다. 어제는 박지원의 고전소설 '호질'에 대한 문제를 풀면서 내용을 다 알지 못해도 읽으면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책을 앞에 놓고 조선 시대에 겉 다르고 속 다른 기득권층 양반이나 부패한 세력이 이 시대에 환생해서 여전히 똑같은 짓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공부는 하기 싫지만, 이런저런 세상 문제에는 관심이 많은 아이다. 엄마가 돈이 많았으면 미술 공부를 했거나, 외국 가서 공부했을 것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우리 현실에 맞춰서 다른 대안을 선택하라고 했더니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열심히 하는 게 힘들단다. 뭔가 더 하고 싶고 즐거워하는 공부를 하게 해줬더라면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든 제 앞가림 할 수 있게 뭐든 좀 더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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