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 쓸. 신. 잡'을 보다가 JTBC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바로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유럽에 가서 거리공연을 한다는 소재인데 그들이 처음 간 나라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깔끔한 풍경에 반해서 딸이랑 누워서 다시 여행 이야기를 했다. 빨리 수능이 끝나기만 기다린다.
그다지 하고 싶은 게 없는 내게 가장 호기심 당기는 것은 여행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많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며 언제 떠나게 될지 모를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계획한 대로 가게 된다.
열심히 복용하고 있는 다양한 영양보조제들이 아니면 내 상태가 다시 악화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바닥을 치고 이런저런 불편한 증상을 겪어온 것이다. 이틀 정도만 먹던 영양제들을 끊고 사흘째 접어들면 목 안이 다시 간지럽다.
전엔 어쩌다 생각나면 챙겨 먹던 것을 요즘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잘 챙겨 먹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 그사이 관리 못 해서 늘어난 체중과 뱃살을 정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동안 매일 마시던 커피를 조달하지 못해 고민했다. 가끔 친구 따라 코스트코 매장에 가서 싸고 양 많은 원두를 사다 먹곤 했는데 그 친구가 바빠서 코스트코까지 갈 일이 없어진 뒤 동네 마트에서 원두를 사거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원두를 사다 먹곤 했다. 마트에 파는 원두는 정말 맛없고, 커피전문점에 파는 원두는 단가가 너무 비싸다.
그 와중에 이마트몰에서 노브랜드 원두를 한 봉지 사서 먹게 되었다. 의외로 가격 대비 양도 많은 데다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마트에서 사서 마신 원두는 볶은 지 오래되어 윤기도 없고 맛도 애매해서 정말 마지못해 마셨는데 노브랜드 원두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덕분에 요즘은 아침부터 양껏 커피를 마시고 있다.
카페인 덕분인지 기분도 훨씬 좋다. 더워서 밖으로 나가는 일이 더욱 줄어들어서 방 안에서만 지내는 게 문제지만 따분할 틈이 없다. 계속 심심하지 않게 뭔가를 한다. 보고 듣고, 그게 지겨워지면 집안 정리도 더 꼼꼼하게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읽고 피곤해지지 않게 적당히 쉬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항상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자신을 꾸준히 개발하며 어떤 결과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결과를 도출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을 오래 갖고 살아왔다. 어느 시점부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생기고 몸도 마음도 감당하기 벅차서 한두 가지씩 포기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것을 놓아버렸다. 이후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떻든 살아남아야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아직은 해야 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뭔지 모르게 우스꽝스럽지만 30년을 기점으로 내 인생은 여러모로 많이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살고 있다. 남들과 비교당하고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비난하게 강요받는 듯한 분위기에서 벗어난 뒤 과하게 느슨해진 건 사실이지만 덕분에 편안해졌다. 아직도 약간의 조급증이 남아서 뭔가로 어딘가를 콕콕 찌르고 있지만, 무시하고 일단은 내 몸이 좀 편하고, 내 마음이 조금 편한 쪽으로 선택하고 자리에 누워버리기로 했다.
지금은 여권도 없고, 여행할 여력이 안 되지만 언젠가 또 우리가 꿈꾸는 긴 여행길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잘 버텨보려 한다. 새 여권도 만들고, 항공권도 사고..... 그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때가 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20대 중반까지는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 당시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어렵게 읽었던 소설이 '죽음의 한 연구'다. 한 문장의 마침표가 있는 곳까지 읽어내는 것이 그렇게 길 수가 있다니, 읽다가 잠시 쉬면 앞에 읽은 문장에서 그려진 세계가 사라질 것 같아 엄청나게 긴장 상태로 그 당시 내가 찾고 있던 뭔가를 이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탐구심을 가지고 읽었던 마지막 소설이다. 이후에 거의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읽기조차 어려웠던 그 소설을 쓰신 박상륭 선생님께서 이틀 전에 별세하셨다는 뉴스를 들었다. 핸드폰으로 '팟빵'을 열어서 아침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고, 이후에 김용민의 브리핑을 듣는다. 잠들기 전엔 '팟빵'에 올라온 JTBC 뉴스룸을 듣고 잠든다. 그래서 거의 많은 뉴스를 읽기보단 듣고 있다. 이틀 전에 책 읽어주는 코너에 박상륭 선생님 타계 소식과 함께 그분의 책이 소개되었다.
글은 글일 뿐이다는 말이 싫고, 말과 행동과는 다른 입에 발린 말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싫어한다.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사람이 어떤 정신적인 단계나 상태에 이르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하게 여겼다.
그 당시에 나는 시대를 관통하는 자신만의 철학과 시선을 가진 작가가 많이 나와서 사람들의 정신적 진화와 변혁에 도움이 된다면 작가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쫓기 힘든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는, 혹은 모르는 이와 영향을 주고받고, 그 에너지와 연이 이어져 또 다른 삶을 잉태하는 것이 인생의 한 일면이라 생각하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그래서 언젠가 어떤 인연으로든 직, 간접적으로 만나 지리라 생각한다.
11쇄 발행한 당시에 내게 이 책을 선물해 준 어떤 선배와의 인연으로 박상륭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뒤에도 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다시 책장을 넘겨도 그 당시 첫 소절을 읽으며 느꼈던 뭉클하고 오묘한 기분이 그대로 재생되는 신묘한 책이다. 언젠가 내 딸이 이 책을 읽게 될 날이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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