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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8>

3월 19일

by 자 작 나 무 2018. 3. 19.


자녀가 학생이 되고, 특히나 고3이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자녀가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그 시기를 지나야 하는 당연한 일이다.


내 딸은 고3이 되고서 비로소 자기 인생을 준비하는 데에 전투적으로 변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분배하는 것에 다소 건성으로 대충 해버리는 게 아쉬웠다. 올해 들어 스스로 자기 계획대로 공부하는 것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수능을 치르기 전에 '시간'이라는 것을 절감한 모양이다.


한 해만 일찍 저렇게 했어도 결과가 미리 눈에 보였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 시기 적절하게 전투적으로 변해서 지치지 않고 올해를 잘 보내면 원하는 결과에 근접하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자잘하게 요구하는 것이 많지만 힘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서 지금의 저 모습이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에 눈 뜨면 학교 갈 준비할 시간이라고 깨우면서 이불 속에서 늘 안아준다. 몇 분 정도 끌어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기도 하고 내 안에 충전된 에너지가 있으면 더 나눠주고 싶은 심정으로 포근하게 안아준다.


"엄마랑 학교 같이 가고 싶다....."

"교실에 가서 옆에 혹은 뒤에 앉아 있어도 되는지 선생님께 여쭤봐라. 따라가줄게...ㅎㅎㅎ"


요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우리 집엔 아무 문제도 없다. 이만하면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환절기에 오락가락 하던 생각들도 차분하게 정리 되고 가야 할 길을 정했으니 꿋꿋하게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 된다. 이제 자기 일은 알아서 정리하고 해내고 있으니 딸에게 내가 큰 역할을 할 것도 없지만, 정신적으로 기대고 의지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게 딸에게는 여태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해왔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남은 날이 더 많고, 올해만 지난다고 삶이 완성되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고개는 넘어가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여태 조금씩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잘 지나왔다.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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