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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8>

미세먼지 지옥(?)

by 자 작 나 무 2018. 4. 6.


오늘 긴급재난문자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두 번이나 날아왔다. 가끔 수도권에 한번씩 다녀오면 금세 목안에 염증이 생기고 아파서 공기 좋지 못한 수도권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날씨 좋고 맑은 날이 많은 이곳은 좀더 오래 안전하리라 생각했는데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 뿐만 아니라 도무지 피할 길 없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곳도 안전하지 못하다.


지난 주에 딸이 목 아프다고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고 병원을 들락거리다 이제 겨우 염증은 잡혔는데 아직 잔기침을 한다. 이어서 나도 몸이 피곤해지니 더 버티지 못하고 똑같은 증세로 며칠째 목이 많이 아프다. 죽 먹고 싶은데 사다 줄 사람도 끓여줄 사람도 없어서 이불 속에서 한나절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어제 저녁에 내가 내 손을 꼭 붙들고 동네 마트에 가서 전복을 사다가 죽을 끓였다. 


황기 넣고 온갖 채소 듬뿍 넣고 닭 삶은 물로 전복죽을 끓이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딸이 그렇게 끓인 전복죽만 먹는다. 내가 먹어야겠다 생각한 날은 몸이 더 힘들어서인지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다음날 딸 먹이겠다고 나서니까 다리가 움직여졌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마치고 돌아와서도 몸이 아프지 않을 땐 새벽 1시가 넘도록 앉아서 딸이 공부를 한다. 양도 적고 부실하다는 학교 저녁 급식만으로 저녁 시간을 내내 버티기 힘들겠다 싶어서 밤이라도 배 고프다면뭐든 먹일 것을 준비해둬야 한다. 살 찐다고 안 먹겠다고 한동안 버티다가 몸이 부치니 뭐든 먹으려든다. 


황기 우러난 국물 냄새가 좋다며 죽을 한 그릇 먹고, 삶아놓은 닭 다리랑 날개도 다 맛있게 먹고 닭과 함께 삶아낸 전복 수육까지 딸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 힘들게 음식 준비한 보람이 느껴진다. 덕분에 나도 다음날까지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죽을 쒀놔서 몸이 좀 회복될 때까지 쉴 수 있겠다 싶어 안도감이 든다.


숨을 안 쉬고 살 수도 없고, 이 미세먼지 지옥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300일이 넘는다는 모로코 같은 나라로 이민이라도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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