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들고 다니던 가방과 이별할 때가 되었다. 한번 물건을 사면 닳아서 버릴 때까지 즐겨 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꼭 그렇게 쓰고, 손이 영 안 가는 물건도 많다. 싼 것 여러 개 사서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뭐든 하나 딱 마음에 드는 걸 사서 그걸 즐겨 쓰는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내게 있어선 사람도 그렇다. 성별이 여자든 남자든 주변에 여러 사람 두고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좋은 사람이 여럿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에 들고 똑바로 된 사람을 친구로 두고 오래 만난다.
낡은 가방을 이젠 제발 좀 버리고 새 것 좀 사서 쓰라던 딸이 어제 내가 새 핸드백을 사온 걸 보고 잘 샀다고 칭찬까지 해줬다. 그런데 이 낡은 가방을 버리려고 했더니 여태 손때 묻고 익숙한 물건이라 어쩐지 버리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냥 두란다. 이런 것도 유전이 되나? 아님 옮는 병일까?
사진을 뒤져보니 딸 초등생일 때도 들고 다니던 가방이다. 2012년 12월 진주에 까르미나 부라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찍었던 사진.
방학 하면 같이 아울렛 가서 저 브랜드 가방 하나 새것 사면 그때 버리란다.
내 손을 떠날 때가 넘었는데 너무 오래 끼고 다녀서 몰골이 저렇게 되었는데도 몰랐다. 내게 익숙한 물건이라 낡아도 좋고, 떨어져도 흉한 줄 몰랐다. 때가 되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인연도 그러하다.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버려야 할 때도 있고, 버림 받을 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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