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런데 시선을 두고 쳐다보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몇이거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 맑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연화도에서 육지로 나갈 배 시간이 한참 남아서 잠시 앉아서 기다리던 매표소 옆 벤치에 때가 되니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슨 자신감인지 뽕짝을 볼륨 최대치로 올려서 틀어놓고 춤도 춘다. 그렇게 노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소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딸이랑 함께 외출해서 자주 가던 백화점에서 미처 한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나 많아 봐야 두세 살 된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 나를 처음 보는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고 나에게 잘 보여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나를 반기는 낯선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쟤는 제 엄마를 안 보고 왜 내 엄마를 보고 저렇게 좋아하지?"
초등학생일 때는 그 정도 반응에 그치다 점점 나이 들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진 딸이 가끔 그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어린 아이 눈에는 어른들 눈에는 안 보이는 뭔가가 보이나 봐. 우리가 보면 엄마는 첫인상이 순하거나 편한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데..... 어떻게 그런 아이가 엄마를 그렇게 좋아하느냔 말이지...... "
"보통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날개가 내 뒤에 혹시 붙어있는지 한번 볼래? ㅎㅎㅎ"
둘이 이런 이야기를 가끔 농담으로 마무리하며 웃는다. 더 이야기는 아직 주고받기엔 무리다.
내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이상하고 처음 보는 아이가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도 이상해서 혹시라도 내가 사고 쳐서 동생 만들어올까 하는 농담을 정말 실행하기라도 할까 봐 겁내던 딸이 요즘은 예전과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대화의 폭도 넓고 깊어진다. 마주하는 사람의 깊이에 따라 내가 꺼내서 받아줄 수 있는 대답과 대화의 폭도 달라진다.
가끔 외계인 이야기와 농담도 한다. 딸이 일곱 살이었을 때 그 당시 과외공부하던 중학생들 태우고 밤에 드라이브하다가 바닷가 한적한 공원에서 UFO를 함께 목격했다. 딸은 어려서 단순한 사실 정도만 기억한다. 함께 그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목격한 그들이 장년이 되면 한 번쯤 만나서 그때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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